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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Apr 05. 2020

오키나와-한밤 중 소동도 즐거워

일본 소도시 7 - 슈리성에 담긴 오키나와의 역사

 지금은 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강제 격리 시간을 함께 보낸 기억이 작용했는지 단단히 결속된 모임이 있다. 바로 달고나. ‘달라서 고마운 나’,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되 다름을 인정하자는 의미가 있다. 또한, 우리가 달려온 시간에 고래의 꿈을 얹어 바다로 나가자는 해석도 있다. 고래의 꿈을 찾아, 자유를 찾아 모두들 순식간에 결정했다. 오케! 산호초 해안과 푸른 바다, 하얀 모래밭이 고운 오키나와로!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아름다운 미야코 제도-오키나와 관광청 자료

 

인천공항에서 약 1시간 40분 정도 지나 나하공항에 도착했다. 2월 중순인데도 따뜻한 기운이 훅 들어온다. 공항에서 유이 레일을 타고 현청 역에서 내려 국제거리로 향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구로카와 키쇼에 의해 설계되었고,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현청건물이 국제 거리 시작점이다. 교차로에서 약 1.6km의 직선 도로 구간이 빠르게 재건되고, 길이도 약 1마일 정도 되어서  ‘기적의 1마일’이라고 불린다. 오키나와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백화점, 레스토랑, 호텔, 기념품점 등이 모여 있어 식사나 쇼핑을 즐기는 곳이다.



오키나와 현청  건물-오키나와 홈페이지
오키나와 국제거리의 모습


국제거리에 위치한 스테이크 한스 하우스에서 이곳의 명물 스테이크로 저녁식사!. 오홍, 미군의 영향으로 철판 스테이크가 유명한 곳이라니 맛을 봐야겠지. 스페셜 메뉴는 250g으로 양도 넉넉하고 샐러드바가 무한이라 마음껏 먹었다. 레스토랑 분위기도 좋았고, 유쾌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맛있는 시간을 보냈다. 국제거리 스타벅스 카페에 붙어있는 메뉴가 오키나와 특징을 담았다. 지역의 특징을 담아 만든 그런 점이 매력적이다.


스테이크 한스 하우스에서 스페셜 메뉴
스페셜 스테이크 메뉴
오키나와 국제거리 스타벅스 메뉴표


택시 2대로 나눠 타고 미리 예약한 주택가 숙소로 향하는데, 깜깜한 밤이다. 헉, 주소를 보여주고, 지도를 보는데 길을 잘 모르겠다. 특히 이번은 여럿이 오는 것이라 더 신중해야 했다. 다른 분들이 준비하겠지 하고 미뤘던 것이 문제였다. 구글 지도에 표시된 위치가 실제 주소지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다른 택시 타고 오시는 분들은 구굴 지도 위치로 가셨을 텐데, 이것 큰일이다. 다시 지도의 위치를 찾아가니 일행들이 헤매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 밤에 헤매지 않고 만났으니  얼나마 마음이 놓이는지 천만다행이다.  그제서야 집 찾기 소동이 일어났다.

이집 저집 문을 두드리고, 기웃대고, 소란스럽게 다녔다.  하마터면 신고 들어갈 뻔 했다.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한밤중에 조용한 주택가를 흔들고 있었다. 후유! 차분하게 바우처를 꺼내 확인하던 중 마침 젊은 일본인을 만났다.  서툰 일본어로 주소를 물어보니, 정말 친절하게도 숙소까지 데려다주었다. 무사히 도착한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깔깔깔~~ 웃어댔다. 공간 지리, 도시지리 전공자가 셋이나 있었는데 말이다. 창피하지만 재미난 에피소드가 하나 생긴 것이다.


오키나와 숙소 내부 침실 쪽 모습


 다음날 1일 투어 만남의 장소를 찾아 걸어갔다. 거리는 아침 햇살과 푸른 나무로 생기가 넘쳤다. 또 서로 믿고 알겠거니 하고 그냥 따라가는 실수 연발, T갤러리 앞에서 기다리는데 버스가 오지 않아 확인해보니 지정 장소가 아니었다. 뒤쪽에 주차된 버스를 보고 헐레벌떡 찾아가 겨우 탑승 완료했다. 여럿이 다닐 때는 각각 역할과 책임을 갖는 규칙이 필요해. 그러려면 사전 준비가 잘 되어야 하는 것을  또 한 번 느꼈지만,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주 재미있다.


파인애플 파크 입구


버스를 타고 산악지대가 펼쳐진 북부지역으로 올라갔다. 파인애플은 이곳의 특산물. 연평균 기온이 22도이다 보니 열대과일 재배가 잘 되는 곳이다. 이 곳 파인애플 파크는 특산물 판매를 위해 만든 이랄까? 입구에서 카트를 타고, 공원을 한 바퀴 돌아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파인애플 소품들이 반겨주었다. 내려오는 길에 파인애플 빵과 술, 기타 상품을 판매한다. 달콤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 패스.  


츄라우미 수족관 입구


푸른 바다 기다란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바다라는 뜻의 츄라우미 수족관에 도착했다. 얕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산호초, 해류 덕분에 풍성한 어종 등 다채로운 생물이 서식하는 바다를 그대로 재현한 곳이다. 4층 건물은 신비로운 바닷속을 그대로 꾸몄다. 4층은 대해로의 초대, 3층은 산호초 여행, 2층은 쿠로시오 여행, 1층은 심해 여행 등의 테마로 꾸며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츄라우미 수족관 쿠로시오의 바다 수조


높이 8.2m, 폭 22.5m, 두께 60cm의 '쿠로시오 바다' 수조 앞에 서면 크기에 압도당한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대 규모라고 한다. 수조 안으로 비치는 자연광을 배경으로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상어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쥐가오리를 비롯한 여러 어종이 한데 어우러져 있고, 매일 신선한 바닷물을 공급하고 있다. 돌고래쇼 관람 후 창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데 맞은편 섬과 푸른 바다가 절경이다. 정원에 가꾸어 놓은 꽃들도 아름답다.    

 


만좌모는 기대가 컸던 곳으로 코끼리 모양의 해안 절벽이다. 산호빛 바다를 끼고 깎아지른 해식애 단면이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안쪽 넓은 잔디밭에는 1만 명이 앉아도 충분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만좌모. 단층과 기암, 산호초가 만들어내는 절경을 바라보는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코우리 해변의 옥빛 푸른 바다
코우리 섬으로 가는 대교 양쪽 하얀 모래와 푸른 바다


오키나와 섬 북부 코우리 섬으로 들어가는 대교 양 옆으로 바다색이 예쁘다. 오르막 내리막의 언덕이 있는 약 2Km의 코우리 대교 양쪽 에메랄드빛 바다가 청정하다. 코우리 섬은 태풍도 무서워하지 않고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어부들로 알려져 있다. 그물을 바다 밑바닥으로 끌어내린 후 다이버들이 들어가서 바위 속에 숨어 있는 물고기들을 그물 안으로 모는 방식으로 잡는다. 싱싱한 해물 요리와 새우요리가 유명하다고 했다. 아이스크림  먹는 걸로 대신했다.


세계문화유산 슈리성 성벽
슈리성에서 바라본 오키나와 시가지


유이 레일 오모로마치 역에 짐을 보관하고 슈리성으로 출발했다. 슈리성에는 15세기 수립된 류큐 왕국이 있던 곳. 결국 메이지 시대 오키나와는 일본에 강제로 복속되었다. 이후 태평양전쟁 중 1945년 4.1일, 막강한 화력을 보유한 미군 합동 상륙작전으로 일본군은 퇴각하여 험준한 남쪽 슈리에서 버텼다.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가 최대의 전투를 한 곳이었고, 최소 11명한국인 자살 특공대였다. 치열한 전투는 결국 6월 23일 오후 4시 30분에 사령관이 할복 자결함으로써 종결되었다. 81일에 걸친 전투에서 패한 일본군은 천황폐하를 외치며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들거나 최후 저항으로 집단 자결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의해 미군이 지배하다 1971년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군기지를 인정한 채 1972년 반환되었다. 아직도 규모가 큰 미군기지가 오키나와에 있어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위령비


전쟁의 피해는 막대했다. 일본군 전사자 10만 이상, 섬 주민 사망자가 12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중 학도병이나 장제 징용이나 위안부로 끌려온 조선 사람이 28,000명이었다고 한다. 오키나와 남부 평화공원에 조선인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또한 당시 여고생으로 구성된 300여 명의 히메유리 간호부대가 있었다. 미군이 포위하자 야전병원으로 이용되던 동굴에서 여고생들이 자결을 강요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다. 그 곳에 세운 탑이 히메유리 탑이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만든 기념물들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다. 전쟁은 모두에게 상처를 남겨놓을 뿐이다. 작은 바이러스가 세상의 질서를 바꾸는 것을 보면서 삶의 본질과 행복의 기준을 돌아보게 된다.  

 

간호부대 여고생들을 위로하는 히메유리 기념비


슈리성은 중국과 일본의 축성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건축기술과 정원에 돌을 배치하는 기술의 문화적 가치가 인정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14세기부터 약 450년간 중국 및 일본과 무역을 하던 류큐 왕들이 거쳐했던 슈리성. 류큐 왕국의 흔적이 남겨진 국보 슈레이 문은 일본 지폐 2,000엔 권에 나오는 곳이다.


세계문화유산 슈레이문
일본돈 2.000엔 슈레이문


관음문을 통해 성곽 안으로 들어간다. 물시계와 해시계, 광복문을 지나면 으로 들어갈 수 있다. 국왕의 거처였던 정전과 관료들이 업무를 보던 북전, 난전 등이 있다. 정전은 최대 목조 건축물로 중국의 영향을 받은 류큐의 독자적인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2019년 10월 정전이 불길에 휩싸였다. 아름다운 건물이 불길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몹시 안타깝다. 목조 건물은 관리가 무척 중요하다. 붉은 빛깔의 화려한 정전, 목조로 만들어진 내부의 정갈한 모습은 오키나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듯 했으나 언제 다시 보게 될까?


붉은 빛깔의 슈리성 정전


간결한 정원을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공연장에 사람들이 있다. 한 배우가 짙은 화장을 하고 혼자서 무대를 채우고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구미 오도리, 오키나와의 공연예술이다. 음악과 춤을 바탕으로 중국의 요소들까지 통합한 전통공연, 역사적 사건이나 전설을 독특한 리듬과 오키나와의 옛 언어로 보여준다. 몸놀림은 고대 전통 의례를 진행하던 무녀들의 동작을 연상시키고 배역은 남성 배우들만이 맡는다. 그날 공연은 집 떠난 가족의 무사 안전을 달님에게 비는 내용인 듯하였다.


구미 오도리 공연 장면
붉은 지붕의 별당채 벤자이텐 도우 건물

     

부근에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소노 향우 타키 이시몬은 국왕이 외출할 때 안전을 기원하던 장소이자 류큐 왕국의 성지로, 2000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내려오는 길에 들른 벤자이텐 도우는 호수 중앙에 세워져 있는 빨간 기와의 별당, 오키나와 전쟁 때 소실되었다가 1968년 복원된 곳이다. 바닷길 안전을 주관하는 여신을 모시고 있다. 호수와 함께 소소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고 나왔다.  


오키나와 시민의 교통 유이 레일


유이 레일 오모로마치 역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오키나와 박물관 및 미술관. 다카마쓰 신의 건축물이다. 노출 콘크리트 백색 시멘트 건물에 규칙적으로 구멍을 뚫어 덧대었는데 나름 세련된 느낌이다. 입구 왼편으로 전통가옥이 세워져 있고, 집안에 제사를 모시는 시설까지 볼 수 있다. 자연이나 역사, 문화, 미술 공예 등을 소개하는 박물관이 왼편으로 자리 잡고, 지역 출신 및 연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오른편이다. 자연채광의 아름다운 조명과 음악 연주, 졸업작품 전시 등으로 일상의 예술을 느끼기 충분했다.


오키나와 현립미술관
미술관의 음악공연 콜라보레이션


1층 로비에는 자연채광을 받아들이는 멋진 공간이 층을 넘어 펼쳐져 있다. 마치 나팔이 하늘을 향해 울려 퍼지는 느낌이며, 꽃잎이 건물을 받쳐주는 느낌이다. 특집 공연이 로비에서 진행되어 음악을 들으면서 전시관람을 했다. 일본 역사, 시기별로 만나는 사진전이 참 좋았다. 달고나 회원들 모두 또 하나의 추억을 쌓은 여행이었다. 다음에 어디로 갈까? 벌써 노래 부른다.

    

빛에 따라 다른 색으로 피어나는 자연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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