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경희 Mar 29. 2020

오노미치-푸른 바다 수려한 풍경

일본 소도시 12 - 좁은 골목길에서 찾은 복돌 고양이

세토 내해를 따라 서쪽으로 달려간 곳은 오노미치. 해안선을 따라 시가지가 동서로 길다. 부산 초량마을처럼 산비탈 나무들 사이에 집들이 모여 있다. 수직으로 늘어선 집 사이를 골목길이 이어주고 있다. 인구 13만의 오노미치는 에도시대 개통한 철도와 시마나미 해안도로 건설로 동서와 남북을 잇는 교통도시로 발전 중이다. 낮은 수심으로 대형 항구의 가치는 약하지만, 여전히 상업기능은 유지되고 있다.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아 옛 시가지와 명소가 잘 보존되어 있다. 또한 바다경치가 아름다워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이다.   

  

오노미치 역 뒤 오노미치 성과 뷰 세이잔 호텔



오노미치 역 바로 뒤 높은 곳에 위치한 하얀 호텔을 예약했다. 센코지 산으로 난 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면 오른쪽 갈래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다. 예약 확인 후 열쇠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는데, 와~이럴 수가!! 전망이 너무 멋지다. 곡선으로 이어지는 푸른빛 바닷물, 하얀 대교가 섬들을 이어주고 있다. 양 쪽 해안에 들어선 건물들과 오고 가는 배들.  하나 둘 가로등에 켜지기 시작하는 불빛들. 참으로 곱고 수려한  물빛 도시다. 짐을 내려놓고 골목길을 따라 해안가로 내려갔다.  좁고 가파른 길이지만, 어디서 바라봐도 해안의 경치가 아름답다.


뷰 세이잔 호텔에서 바라본 오노미치 모습
뷰 세이잔 호텔에서 바라본 일출



골목길은 고양이가 많아지면서 고양이 골목으로 명소가 되었다. 이 동네를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 빈집이 생기자 길고양이들이 모여들고,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 의지하는 일본 문화도 여기에 한몫했다. 고양이 골목에서 복을 부르는 돌 고양이가 하나 둘 보인다. 보물 찾기처럼 재미가 쏠쏠하다. 슌지 소노야마라는 지역 작가가 만들어낸 돌 고양이들. 똑같은 모습 하나 없이 1,000마리 이상이 살고 있단다. 한 손을 흔들고 복을 부르는 하얀색 고양이 마네키네코를 전시하는 박물관도 이 골목에 있다. 고양이 4마리를 자식처럼 기르는 미라클 샘이 생각났다. 같이 왔으면 고양이 찾아보느라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참 좋아했을 텐데....


고양이 골목에서 찾은 복돌 고양이

      


골목을 내려오니 노란색의 레트로 한 기차가 지나간다. 노란색에서 따뜻한 정감이 느껴졌다. 길 건너 오노미치 혼도리 상점에 내려오니 주변이 점점 어두워졌다. 화사한 계절이라 관광객들이 제법 있을 텐데 일찍 문을 닫는지 적막하다. 역으로 가는 길에 하야시 후미코 기념상이 예쁘게 앉아있다. 그녀는 일본 대공황 시대 '방랑기'라는 소설이 60만 부가 팔렸을 정도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사실적이고 직설적인 문체로 하층 노동자의 삶을 표현하여 공감을 얻은 작가. 역 부근 여인숙이 있던 자리에 그녀의 동상이 세워졌다. 이곳에서 여고시절까지 문학의 꿈을 키웠다. 자전적 단편소설 ‘풍금과 물고기의 마을’에 오노미치에 대한 향수와 가족사랑이 진하게 배어있다고 한다.      


방랑기 작가 하야시 후미코 기념상
동서로 가로지르는 노란색 전차



길 건너 U2 건물은 부둣가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핫 플레이스. 바닷가에 있어 시원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품고 있다. 오노미치는 60Km 세토 내해 섬을 이어주는  자전거 라이딩의 출발점이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자전거 도로로 선정된 곳이다. 곳곳에 라이딩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카페, 기념품샵 외 자전거 물품을 판매하는 곳도 보인다.   

   

바다 공원이 아름다운 오노미치 역



바닷가를 둘러보고, 출출하여 오노미치 라면을 먹으려고 역 부근 식당에 들어갔다. 2차 대전 중 조선소에 동원된 화교들이 경기가 쇠락하자, 포장마차에서 판매한 츄카소바에서 비롯된  라면. 닭 뼈에 돼지 뼈를 약간 섞어 추출한 국물로 만든다. 그 위에 액상 지방이 떠 있어 기름지고 진한 느낌을 준다. 즉, 국물에 돼지기름이 올려져 있는 짭짤한 쓰유 라면이다. 내 입맛에 맞지 않다. 만두는 그럭저럭 먹을 만 하지만 그나마도 맥주가 있어야 먹을 수 있다.    


돼지기름 올려진 오노미치 특산 라면

 


다음날, 숙소 옆에 위치한 오노미치 성 외관을 구경했다. 낡은 성은 방치된 상태이다. 1964년에 오노미치 상공회가 관광 상품으로 지은 3층 3단 망루형의 시멘트 건물이다. 1990년 폐쇄, 30년이 지났는데 아직 그대로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한 곳이다. 역사적 의미가 없어 세워질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한다. 그러나 전망대에 올라 성을 바라보니 주변 경치와 묘하게 어울려 나름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깊이 있게 고민하고 전문가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개발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흉물로 남는 것들이 더러 있다. 인천 월미도에서 동인천까지 이어놓은 모노레일도 그렇다. 반면 충분한 가치를 가진 건축물들이 감정에 좌우되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재생 사업을 통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생산적 고민이 필요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노미치 성과 도시 경치



센코지 공원 전망대 오르는 길에 만난 오노미치 시립미술관은 전통 가옥과 현대적 건물이 조합을 이룬 독특한 모습이다. 구 방송국 부지를 이용하여 1980년에 개설되었다. 이후 2003년에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리뉴얼되었다. 본관과 신관 모두 높은 언덕에서 해안 경치를 차용하고 있다. 유리에 반사된 센코지 공원의 아름다움, 주변 경치까지 건축가는 계산에 넣은 듯하다. 고양이가 입구에서 반기고, 카페 메뉴도 고양이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검은 고양이 ‘켄’과 친구 갈색 고양이 ‘고’. 둘은 매일같이 미술관에 모습을 나타내고 미술관 경비원이 이름도 지어주었다. 동물 사진작가 이와고 미츠아키의 고양이 사진전이 한창일 때, 전시관에 들어가려는 두 고양이와 이를 저지하는 경비원의 모습이 포착 인터넷에 업로드되었다. 좋아요 10만 개, 동영상 5만 개가 넘어섰고, 이를 보려고 각국에서 찾아온 인파들로 미술관이 붐빈다. 바로 아래쪽 고양이 길 스토리와 이어진다.


오노미치 풍경에 어울리는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시립미술관
고양이가 메뉴판을 들고 있는 미술관 카페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게  로프웨이가 당연히 여기도 설치되어 있다.센코지 공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시립미술관도 보인다. 오노미치 시내와 세토 해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같이 올라온 노인분이 이 곳에 벚꽃이 필 때 몹시 아름답다고 한다. 벚꽃 명소 100에 선발된 공원이라고 한다. 1,500 봉의 사쿠라가 피는 모양은 꽃구름이라고 자랑한다. 벚나무가 많기는 하다.


연인의 성지에 다정한 고양이 한쌍

 


공원 전망대 앞 인연의 성지 안에는 고양이 한쌍이 다정하게 서있고 근처에 멋진 조각품도 있다. 아래쪽 문학의 작은 길 산책로에는 문인들의 시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어디를 봐도 아름다운 곳이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자주 사용되는 곳이다. 전망대 뒤쪽, 지은 지 1,000년 넘은 오래된 절 센코지(천광사)가 있다. 절에는 한알이 성인 남자 주먹만큼  큰 거대한 염주가 걸려 있는데, 그 염주를 돌리면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한다. 이 지역에 유서 깊은 절들이 22개 있다고 한다. 다 둘러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을 기약하자.

오노미치,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풍경을 담고 45분 거리에 있는 히로시마 공항에 차를 반납하러 갔다. 푸른 바다에 화사하게 어울리는 오노미치의 풍경은 오래 마음에 남을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구라시키-우정으로 빛나는 미술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