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경희 Feb 08. 2020

시라카와고ㅡ온통 하얀 세상

일본 소도시 27 - 동화 속 겨울왕국 시라카와고

EASTAR 항공의 E-매거진 2019.1표지 사진.

동화 같은 세상, 하얀 눈 속에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순간, 내 마음은 시라카와고 합장촌으로 달려간다. 이제 켜지기 시작한 등불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지붕 모양이 갓쇼즈쿠리,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모양으로 한옥 건축 양식 중 맞배지붕과 유사하다. 가로등 빛을 받은 지붕의 온화한 빛들이 빵 굽는 냄새를 빛으로 뿜어내는 듯하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마을은 마치 생크림 케이크 위에 빛나는 장식품 같다. 불빛이 켜진 마을 사진에서 오는 이 따뜻한 느낌! 이 한 장의 사진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이스타항공 E-메거진(2019.1)호 시라카와고 전경


 결국 2019년 1월 마지막 날, 나는 나고야 메이테츠 버스센터에서 쇼류도 고속버스를  타고 시라카와고로 가고 있었다. 나고야 북쪽 기후현으로 들어서면서 간간이 눈이 보인다. 점점 눈이 많아진다. 세 시간 만에 도착할 만큼 깊은 산속에 자리한 시라카와고에 다가오니 세상이 온통 하얀 눈밭이다. 겨울 왕국 속에 들어온 듯하다.

 

 버스 정류장에서 가나자와행 버스를 미리 예약하고 마을 중앙으로 가는데 길이 미끄럽다. 기념품 가게 앞에는 눈을 치우는 도구들이 달려 있다. 아래층은 일하거나 농기구 등을 보관하고 주요 생활공간은 이층이다. 눈은 내 키만큼 쌓여있다. 억새를 말려 촘촘하게 엮은 지붕 사이로 길게 매달린 두툼한 고드름이  장관이다.


시라카와고 하얀세상을 흐르는 강


뾰족한 경사면의 지붕 위에 가득 덮인 눈, 푸른 나무 위에 소복이 쌓인 눈, 하얀 마을 하얀 세상이다.

시라카와 이름에 맞게 눈 덮인 하얀 세상을 푸른 강물이 돌아 흐른다. 그래서 이름이 시라카와고이다.  아름다운 하얀 강, 시라카와고


짭쪼름한 당고와 고로케

 

마을에서 판매하는 짭짤한 당고와 크로켓으로 허기를 채우고, 눈 덮인 시라가와고 마그네틱 기념품 득템. 사계절의 모습이 곱게 담겨있다. 참 예쁘게 만든 기념품이 많아 구미가 당긴다.

마을 곳곳을 둘러보고 난 후  줄을 선 사람들을 따라 서있는데 대만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동남아 국가는 눈을 볼 수 없는 기후 환경이다. 우리도 강원도 스키장들 외 너와집 등 전통을 만나볼 수 있는  자원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200엔 셔틀버스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시라카와고 전경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흑백사진처럼 보이는 풍경. 나를 이곳으로 끌어당긴 바로 그 장면이 눈 앞에서 연출된다. 하, 참으로 아름답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동화 속 마을이다. 불 켜진 마을의 모습이 수면에 비치면 더욱 환상이다. 참 멋지다.    


 시라카와고는 마을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에 지정된 곳. 96%가 숲으로 덮여 있다. 해발고도는 500m 정도이다. 하쿠산(2,702m) 같은 높은 산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분지이다 보니 세계적으로 눈이 많이 오는 곳이다. 2006년 최대 적설량은 297cm로 3M에서 3cm 부족한 높이. 이런 기후 때문에 눈이 지붕에 쌓이지 않도록 급경사의 면이 마주 보는 독특한 지붕 형식이 발달해 있다. 억새풀로 지붕을 이어주는 일본 전통 가옥과 생활 방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마을이다. 지붕을 손보려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도와야 하는 협동의 구조가 얽혀있는  마을이다.


시라카와고 전통 가옥

주변 개발에 흔들리지 않고  1,600명의 주민들이 협의하고 토론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합장하는 모양의 전통 가옥을 보존하자는 친환경 재개발정책이 성공, 도시 재개발의 모범 사례를 보인 곳이다. 전통이 상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주민들의 지혜가 모인 결과이다.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것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자원이다.



작가의 이전글 가고시마-나만의 일본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