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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주변 이토시마와 가라쓰!

by 손경희


일본 열도 4대 섬 중 남서쪽에 자리 잡은 규슈지역의 인구는 1,420만 정도. 북부 지역의 후쿠오카는 165만 명이 모여있는 중심지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와는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하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직선거리 325km보다 훨씬 가까운 215km 지점이다. 공항이 시내 근처에 있으며, 항공권도 다른 도시보다 저렴하며, 뉴카멜리아 여객선을 이용하여 한일 해협을 건널 수 있다. 또한 곳곳에 한글 병기가 잘 되어 있어 한국인이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후쿠오카 서쪽 30km 거리에 위치한 이토시마는 2010년 규슈대학 이전으로 인하여 시로 승격된 곳이다. 해변을 끼고 40분 정도 달리니 이토시마의 오바루 해변이 하얗게 펼쳐지고 그 너머에 파란 바다가 출렁거린다. 북으로 이어진 해안가에 자리 잡은 팜 트리 스윙에 도착하니 열대 야자수에 걸려 있는 다양한 그네들이 반겨준다. 네 명이 줄줄이 같이 앉아 탈 수 있는 그네부터 시작하여 공중 돌기가 가능한 그네와 야자수, 여기저기 곳곳이 포토존, 규슈 지역의 떠오르는 핫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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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그네에 앉아 발을 굴려보는데 이게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정신줄을 부여잡고 있는 힘을 다해 위로 올라 갈수록 먼바다가 보이고, 뒤로 갈수록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2단 그네, 짚라인까지 있어 작고 귀여운 그네와 스즈메의 문단속을 연상케 하는 핑크빛 대문과 반은 모래에 박힌 상어 이빨 촬영지, 하늘로 가는 계단, 소원의 종 등 가벼운 볼거리들이 제법 있어서 일본 현지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모래사장으로 내려가니 한쪽을 바다에 담근 기적의 유목이 길게 누워 있다. 서일본 호우로 인해 상당한 거리를 떠내려온 유목이 원형을 보존하면서 기적적으로 도착했기 때문에 ‘기적의 유목’으로 보존하고 있다. 사람들이 둥근 나무 위에 올라 중심을 잡고 걸어보길래 도전해 봤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온전하게 떠내려온 나무의 모양을 기억하는 마음도 재미있다.

10분 정도의 거리에 도착하니, 일본의 해안 경치 및 석양 백선으로 선정된 후타미가우라! 멋진 모습을 드러낸다. 결 고운 모래 해변에서 150m 정도 떨어진 바닷속에 신도 금줄로 연결된 부부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사이좋게 나란히 서 있는 바위의 모습은 부부의 인연과 강건함을 상징하고 있다. 특히 두 바위 사이로 저무는 석양의 노을이 내려앉을 때의 일몰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파란 바다 위 하얀 도리가 어우러진 모습은 일출 전과 일몰 후 하늘이 짙은 파란색으로 물드는 블루 아워의 환상적인 광경은 사진작가들의 포커스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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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미가우라에서 차로 10분 거리, 숲 속에 고즈넉한 사쿠라이 신사가 자리 잡고 있다. 후쿠오카 2대 번주 구로다 忠之공이 창건한 이 신사는 ‘후타미가우라’ 부부바위의 금줄을 교체하고 도리를 관리하고 있다.

사쿠라이 신사는 1632년 창건된 신사로 후쿠오카현 지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도리를 지나 본전으로 가는 길 양 쪽에 석등이 세워져 있고, 돌길을 걸으면 숲 속의 도리가 나타난다. 신사의 입구에 서 있는 도리는 사람이 죽으면 새가 되고, 새는 신의 사신이라고 믿는 일본인들이 새가 쉬어가라고 만든 문이다,

노송의 껍질로 지은 누문에 세월이 담겨있고, 사각의 기둥들로 구성된 겹처마의 날렵한 모습이 제법 아름답다. 벚꽃을 형상화한 신사의 문양이 마음에 든다. 본전 뒤편 참배당 배전에 돈을 넣고 큰 방울이 달린 끈을 흔들어 울리고 절을 하면 악귀를 물리친다고 한다. 본전 옆 건물에는 후타미가우라와 똑같은 모형의 돌바위에 금줄이 걸려 있다. 바위에는 사람들이 동전을 올려놓아 붙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오미쿠지를 뽑아 길흉을 점치는 신사에서 나쁜 운이 나오면 지정된 장소에 매어놓고 가고, 좋은 운은 가져가는 풍습이 있다. 방문일이 새해 둘째 날이라 신사 이곳저곳에 소원 쪽지가 매달려있고, 오미쿠지들이 걸려있다.

가라쓰 가는 길목을 단단히 지켜주고 있는 거대한 소나무숲 니지노 마쓰바라, 홍의 송원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말로 무지개 송림이다. 푸른 바다와 흰모래사장 사이에 초록으로 빛나는 소나무 숲이 곡선으로 이어진 모습이 무지개 같다 하여 지어진 이름에 걸맞다. 송림지대는 일본 국가 특별 명승지로, 미호 마쓰바라, 기비 마쓰바라와 함께 일본 3대 소나무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길이 약 4.5km, 폭 500m 넓이에 100만여 그루의 해송이 군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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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가라쓰번주 데라자와 히로타카가 황무지 개간의 일환으로 방풍과 방사를 위해 삼각주를 따라 소나무를 심은 것이 그 시작이다. 금벌령은 물론 땔감용 낙엽 채취도 엄격히 제한되었고, 데라자와 가문 이외 부임해 온 영주들에 의해 변함없이 관리되어 왔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송원의 아름다운 생명력에 감탄하며, 그 사이를 지나오는 내내 피톤치드를 느끼려 창문을 내렸다.

가라쓰에 도착하니 어쩐지 배가 출출!! 근처 식당 중 비교적 평점이 높은 Kameyama 해산물 요리 전문 식당 웨이팅 보드에 이름을 남기고, 1시간 정도 기다려서 카이센동 요리를 먹었다. 식당 규모도 작고, 손수 하나하나 회를 손질해 주셔서 대기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회가 무척 싱싱하고, 국물이 진짜 맛있었다. 가격이 1,900엔 가성비와 신선도 좋은 해산물 요리에 푹 빠져있는데 식당 안에는 학생 및 동네 분들이 온 것으로 보아 현지 맛집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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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현의 북서쪽 가라쓰만에 위치한 가라쓰시는 인구 11만으로 사가현 제2의 도시이다. 마쓰우라 강 하구를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되었으며, 대륙으로 향하는 주요 기항지로서 에도 시대 강력한 성곽 도시로 번성했다. 고대 사무라이 계급의 발상지이며, 규슈의 주요 도자기 생산지이기도 하다. 단순함 속에 담긴 자연주의 색상이 특징인 가라쓰 도자기는 일본 다도계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실용성과 멋스러움을 갖추고 있다. 가라쓰 역 부근 나카자토 다로에몬 가마를 둘러보니 색채는 무거우면서도 자연스럽고 형태는 무사들의 단순함을 닮았다.


가라쓰의 기타하타 지역은 가라쓰 도자기의 발상지. 1580년대 이곳을 다스리던 하타씨가 조선과 중국 도공을 초청해서 가마를 만들고 지역 도예 산업을 발전시켰다. 도공들은 기시다케 주변의 점토가 고온에서 유리화되어 독특하고 소박한 질감의 단단한 불투과성 도기가 된다는 것을 알아내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등요를 도입했다. 등요는 10° 이상의 경사면에 터널형 구조로 축조한 가마이다. 기타하타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가마와 공방이 운영되고 있어 이곳의 지역 도자기 문화와 전통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 근대 서양식 건축 유산인 구 가라쓰 은행, 붉은 벽돌 외관은 상당히 낯익은 모습이다. 도쿄역이나 옛 서울역과 꽤 흡사하다. 가라쓰 은행은 두 역을 설계한 다쓰노 긴고의 제자인 다나카 미노루의 작품이다. 그는 스승의 고향인 점을 고려해 건축 디자인도 스승의 기존 스타일을 적극 반영했다. 건물은 1912년부터 1997년까지 은행으로 활용됐고, 2011년 3월부터 대중에 공개됐다. 내부는 붉은 벽돌과 백색 화강암을 동시에 사용해 유럽과 일본의 분위기를 모두 느낄 수 있으며, 가라쓰 은행의 역사, 지역의 역사 등에 관한 상설 전시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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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지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한 마리 학처럼 솟아 있는 가라쓰성에 도착한다. 우측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철저한 보호와 관리를 받고 있는 마이즈루고엔 등나무가 반겨준다. 140년이 넘은 이 나무는 가지가 5만 개 이상 뻗어있으며, 시 지정 천연기념물이다. 성 입구 도리를 지나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한 가라쓰성의 형태도 아름답지만, 해안의 풍광 또한 뛰어났다.

히데요시의 신임을 받은 히로타카는 나고야성 건설과 조선 침략 당시 군대를 수송하고 식량을 공급하는 임무를 맡았고, 가라쓰성을 축조하면서 나고야성의 건축 자재와 규슈 가문의 협력, 아누슈의 석공 기술 등으로 7년에 걸쳐 성을 완공했다.

성의 일부가 수면 위로 돌출된 모습은 마치 날개를 펼친 학과 비슷하다고 하여 마이즈루성으로도 불린다. 지금은 갑옷과 무기를 전시하는 등 옛 사무라이들의 자취를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후쿠오카 주변 소도시의 볼거리가 쏠쏠하게 많다. 아리타 도자기와 다케오 도서관을 만나러 남쪽으로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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