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온기를 더하는 다케오
하카타역에서 카모메를 타고 나가사키로 가려면 다케오에서 바로 신칸센으로 갈아타게 된다. 여기 다케오는 별마당 도서관의 모델이 된 다케오시도서관과 제주 올레길을 수입하여 일본 최초로 탄생한 규슈 올레길 제1힐링 코스가 있다. 순간 다케오를 둘러보기 위해 계획을 변경하고, 역사를 빠져나왔다.
서남 방향 약 1.1km 지점, 걸어서 15분 정도에 올레길 코스와 가까운 다케오시립도서관이 있다. 이곳은 서울의 별마당 도서관 모델이 된 곳이다. 회색에 흰 글씨로 새겨진 세련된 입간판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마루 바닥이 편안함을 준다. 중앙이 트인 2층 구조의 도서관은 공간을 넓게 열어주고, 편안한 안정감을 준다. 경사진 천장의 둥그런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은은하게 실내를 비추어 느낌이 따뜻하다. 문득 자연광을 잘 이용한 아리타 역사 건물과 온양민속박물관의 구정미술관 모습이 겹친다. 중앙부 동그란 통창이 올려져 있지만, 각 건물의 특징에 맞게 구조가 약간씩 다르다. 다케오 도서관의 경우는 천창의 높이는 낮지만, 투명한 재질로 되어 있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1층 입구에 스타벅스 매장과 기념품 매장이 있는데 거의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코 끝으로 풍겨오는 커피향과 조용한 속삭임은 이곳이 문화 복합 공간임을 말해준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로 1, 2층 지정된 곳에서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곳곳에 교복 입은 중고등학생들이 공부하고, 어르신들이지 책을 읽고 있어서 실제감이 든다. 곳곳에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바로 옆에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책도 보고 쉴 수도 있는 어린이 도서관이 따로 있다. 높은 천장과 재미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2000년 10월 개관한 도서관은 소수의 지역 주민만 찾던 존재감 없던 곳이었다. 2013년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에 도서관 운영을 맡겨 개방형 서가를 늘리고, 서점과 스타벅스 카페 등을 입점시켰다. 전자 시스템 도입하여 도서 정리와 대여를 스마트 기기로 기능하여, 빠르고 편리한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운영 시간도 기존 오후 6시에서 9시까지 연장하고, 언제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365일 개방했다.
일반 도서관은 책을 모으고, 좋은 도서관은 사람들이 오게 하지만, 최고의 도서관은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했다. 조용히 책만 읽어야 했던 기존의 도서관에서 벗어나 커뮤니티와 정보교환의 거점으로서,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천창의 자연광을 활용하여 아늑한 느낌으로 리뉴얼하니 결과는 대성공. 20만 권의 장서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스타벅스 입점으로 카페와 식사 공간도 한편에 마련되었다. 연장 운영 이후 연간 이용객은 25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4배가 늘었다. 그중 40%는 타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었다.
최근 저출생과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우리의 소도시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떠올리며, 다케오 도서관처럼 지역의 정보와 문화 센터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람 중심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때 큰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735년, 조용하고 평화로운 미후내산 기슭에 다케오 신사가 건축되었다. 제신으로 모시는 전설의 충신 타케우치 수쿠내는 일본서기와 고사기에 등장하는 인물로 5대 황제를 섬겼고, 무려 360년을 살았다고 한다. 이후 1970년 콘크리트로 재건한 신사는 백로의 흰색을 기조로 했다. 장수, 행운, 액막이를 기원하는 신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가사기와 누키라 불리는 두 개의 가로대를 받치고 있는 도리이를 지나면, 손을 씻고 입을 헹구는 테즈미야가 나온다. 처음 물은 과거의 죄를 씻는 왼손을, 다음 물은 현재의 죄를 씻는 오른손을, 그리고 말로 지은 죄를 씻는 의미로 왼손의 물을 받아 입을 헹구는 과정을 수행한다. 에마가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자리 잡은 석등의 선이 굵고, 제법 힘차다.
신사 한편 대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2분 정도 걸으면 신비롭고 대견한 신목이 서 있다. 밑동에 큰 구멍이 파이고, 기둥의 일부가 텅 비어 있지만, 오랜 시간 혹독한 시련을 견딘 놀라운 생명력이 마디마디에 켜켜이 쌓여있었다. 일본에서 6번째 큰 나무로 인정되는 신목의 추정 수령 3,000년, 높이 27m, 나무뿌리의 둘레 26m, 뿌리는 약 20평방 미터의 넓이를 갖는다. 일본인들은 옛날부터 특히 큰 나무와 바위에는 신이 머문다고 믿어왔다. 녹나무 자체도 멋지지만,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져 새해 즈음에 많은 사람들이 영험한 기운 받고 건강과 장수를 빌고자 찾아온다.
세월 담은 돌담의 이끼를 지나면 입구에서 날씬하고 독특한 나무를 만나게 된다. 두 그루의 편백나무가 밑동에서 묶여 위로 쭉 뻗어가다 중간에서 가지가 하나로 합쳐진다. 두 나무가 하나처럼 자라는 연리지, 마치 부부를 닮았다 하여 부부 나무라한다. 뒤쪽으로 규슈 올레길 중 하나인 '다케오 코스'가 잘 정비되어 푸른 녹음을 즐기며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신사에서 큰길을 건너 약 1.2km를 걷다 보면 붉은색의 누문이 보이면 다케오 온센 지구이다. 걷느라 피곤한 몸을 쉬어가라는 의미가 담긴 다케오 올레 코스의 마지막 종착점이다. 대중탕과 가족탕 그리고 전시관, 료칸 등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고풍스러운 붉은빛의 누각이 화려하고 인상적이다. 서울에 있는 한국은행 본관을 설계한 건축가 '타츠노 킨고'가 1915년에 세운 건물이다. 재미있는 점은 2층 천정에는 동서남북을 나타내는 쥐, 토끼, 말, 닭의 부조가 있는데, 도쿄역 돔 천장에 부조로 붙어있는 나머지 8가지 동물을 합치면 12지가 완성된다. 스토리를 만들어 놓은 건축가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 강화 전등사에는 처마 네 귀퉁이에 나부가 처마 지붕을 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전등사를 짓던 도편수와 사랑에 빠진 주모가 있었는데, 자신을 배신하고 도망간 주모에게 세세 대대 고통을 내리는 형벌이라고 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는 신관은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옛 일본의 온천을 재현하여 박물관으로 꾸며놓았다. 밤이 되면 조명이 들어와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내부에서는 과거 사용했던 온천탕과 고즈넉한 다다미방을 관람할 수 있다. 2층 다다미방이 길게 늘어서 있는 곳이 볼만한데, 휴게실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신관은 누문과 함께 설계되어 두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2층 중앙 창문에서 누문을 정면으로 볼 수 있다.
다케오 지역처럼 소도시의 자연과 인문 환경을 고려하여 그 지역만의 전통을 살리고, 사람을 귀히 여기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주민들의 일자리까지 창출되는 사업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이제 신칸센을 타고 원폭 투하 지역 나가사키로 고고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