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들레 Apr 16. 2019

마당있는 풍경

빨래를 부탁해

외출하려 마당으로 나서다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비어있는 마당건조대를 보니, 다 끝나지 않은 세탁기속 빨래자꾸 마음에 걸린다. 마당에선 블루베리,알로에, 쪽파, 상추등이 따스한 봄햇살로 흠뻑 샤워중이다. 오락가락하던 4월의 하늘이 오늘따라 인심이 후해진듯 싶다. 아무래도 빨래를 널어놓고 나서야 잊어버리 편히 나설수 .

'삐---삐---삐----삐-----'

마지막 헹굼을 알리는 소리. 세탁기 문을 열고, 라벤더향이  나는 파란색 섬유유연제를 한뚜껑 부었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르륵......' 몇 분간 돌아가더니, 이내 '졸졸졸'  소리가 난.

  

작년부터,우리집 세탁기가 무척 예민해져 있다.  사용중인 세탁기는 10년전, 세째 을때 구입 했었다.  년식이   세탁기를 깨끗이 쓰고싶어, 제작년 통세척 업체에 의뢰하고 부터 자꾸 여기저 말썽이 . 통을  들어내 청소를 한게 녀석에게 무척 부담이 되었나 보다. 

"자꾸 수리하보다 차라리 새것을 하나 . 부품이 자꾸 들어가서 사는게  비용

 작게 들겠네요" 


A/S 기사님의 권유에도  당장 바꾸지  망설이던 난, 2년정  버티어 줬으면 했다.

내 마음을 어찌 알았을까 .   소리가  요란스럽 해도, 세탁에  지장을 주지 , 지금까지  버티어 주고 . 묵은 살림을 챙기다보면 때론 호흡없는 물건에게도 고마운 마음 비슷한 감정이 생길 때가 있다. 이 아이가 그렇다. 덜덜덜 요란한 소리는, 사람 나이로 치면 80은 족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제 역할을 다 해주니 기특한 생각에 세탁기 뚜껑을 툭툭 두드리며 잘했다 칭찬 해준다. 그럼 거짓말처럼 요란한 소리가 약간 줄어든 느낌이 든다.


월화수목 그리고 금토일. 거의 루도 거르지 않고 일곱식구 빨래를 도맡아 해온 우리집 세탁.  내게 세탁기 부재는 주부파업을 단행해야 만큼 중대한 문제다. 실제 약간의 애벌빨래를 제외하고, 나에게 세탁기는 거의 절대적이다.  세탁기에 길들여진 세대라, 가끔 생기는 손빨래나  이불빨래 무척 일스럽게 느껴진다. 편리함에 대한 사람의 욕구는 끝이 없나보다.


"야야, 옛날 세탁 없이 우에 살았겠노.  한겨울에 얼음 깨가, 장갑도 안끼고 손빨래 했나. 지금 다시 하라카믄 절대 할기다. "

어머님 젊은  이야기를 노라면, 옛날 이야기 듣는 것처럼 아득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개울가에 쪼그리고 앉아 마땅한 세제 없이 방망이와 맨손 으로 빨래를 하던 시절이라니 상상이나 할수 있을까. 실개천은 길이 되고 , 냇가에서 빨래하던 아낙도 할머니 되었다. 집집마다  세탁과 건조까지 세탁기에 맡기는 시대로 었다.  건조기는   사이, 이상기후로 방송을 많이 타더니 젊은 새댁들 사이에선 없어선 안될 수품 1호가 기도 했다.  베란다에 빨래를 말려야 하는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 영향이 큰 듯 하다.   또한 몇번 마음이 동하긴 했으나, 아직 우리집엔 건조기가 없다.  햇살을 듬뿍 을수 있는  넓은 마당이 있을뿐이다.


누가 마당 있는집에 살때 뭐가 가장 좋으냐고 묻는다면, 빨래를 널때라고 냉큼 말할 것이다.

마당의 볕 좋은곳에 건조대를 ,   빨래를 탈탈  털어 너노라면, 내 마음의 묵은 먼지까지 휘이 휘이 날아가 버리는것 같다.  빨래를 기전, 일기예보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아직 건조기 없는  이대로가 좋다. 

나온 열아홉해, 하늘은  나의 좋은 파트너였다. 볕좋은 날이나 구름낀 날도,  한결같이 우리집 빨래를  말려 주어 차려입고 나을때   느깜의  옷을 입을수 있  . 


햇살도 눈부시고, 바람도 적당하다.

널어둔 빨래랑은 햇님에게 맡기고,

마음 편하게 마실 나갔다 와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