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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Jun 20. 2019

지난밤에 네가 한 일

여름밤의 불청객


나타날 때가 되긴 . 유월이면 이른것도 아니고. 


생존을 위해  피 한 방울이 굳이 필요 하다지만 허락도 없이 능청스럽게  나의 하얀 허벅지에 편안히 착륙해 맛 피를 쪽쪽 마셔대는 너란 녀석...정말 얄밉다. 너로 인해 밤잠 설친게 한 두해가 아니지만 너의 과도한 식탐때문에 오늘밤도 잠자기는 글렀구나.  낮에 하고 야식을 그렇게  밝히지...하긴 먹성좋은 네가 낮밤 가려가며 먹지 않겠지만, 야식은 건강에 좋지 않으니 밤엔 얌전히 잠 좀 자도록 내버려 두면 안되겠니. 금쪽같은 내 아가들 잠을 설치게 하다니, 니 새끼 중한만큼 내 새끼도 귀하다구.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으니  나도 이젠 못 참아!





'뻐 꾹 뻐 .... 뻐 꾹' 

 여름이면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 뒷산에서 시작해 마을을 지나가며 여운을 남긴다. '냐 옹' 평소보다 조금 더 간절해 보이는 길냥이 소리. 무척 가깝게 들리는걸 보면 근처같은데 며칠전 새끼 네마리를 이끌 우리집 마당에 마실 왔던 그 어미 길냥이가 문득 생각이 났다. 새끼들 걷어 먹이느라 제대로 먹지 못해 그런지, 한 눈에 봐도 살이라곤 찾아볼수 없는 깡마른 몸의 어미 길냥이가 너무 측은해 보여 머라도 주었으면 했는데 그냥 지나쳐야 했다. 그 날 아침,


"엄마 엄마!밖에 고양이 왔어.새끼도 있어"


교회 가려고 온 식구가 바쁘게 나서던 참인데 뜻밖의 새끼 고양이 출현에 잠시 시끌벅적했다. 큰애들은 넘 귀여워 어쩔줄 몰라하며 바쁘게 사진을 찍는다 .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아기 냥이였다. 것두 한마리 두마리  또 세마리 네마리 씩이나...몇 발자국 뒤로 털을 곤두세운 어미 냥이가 경계를 풀지않고 우리쪽을 뚫어지게 보고 다.


" 먹을거 주면 자꾸 온다. 붙이지 말거래이. 고양이털 그거 사람한테 붙으면 몸에 고양이 털 난다. "


식구 많은집에 고양이까지 키울 엄두를 내는건 못할짓이라 여겼기에 아이들이 어지간히 떼를 써도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큰애들이 어릴적 달팽이, 물고기,햄스터 등을 키울때  집을 깨끗이 청소하는것과 먹이챙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내 차지가 되곤 했으므로. 어머니 강력 반대가 한 몫을 했다. 고양이털에 대한 부정적  믿음과 누구에게도 설득 당하지 않는 쇠심줄 고집을 가지셨기에 더욱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어미 고양이의 홀쭉한 몸이 자꾸 생각이 난다. 구석진 곳에 먹이라도 놔두면 잘 챙겨먹겠거 은데 어머님이 곧 치워 버릴것이다. 나도 애가 넷인데 그날 어미냥이도 새끼가 네 마리나 되었다. 오늘도 새끼들 굶기지 않으려고  또 어느 구석을 열심히 뒤지고 있을지... 식 키우는 엄마 마음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를바 없을텐데 , 엄마냥이가 배고프지 않았음 좋겠다.



마실온 새끼 냥이들

 

초대받지 않은 눈치 없는 모기 한마리가 슬며시 침실로 들어와, 허락없이 대놓고 나와 우리 아이들의 피로 배를 채우고 있다.  신랑은  모기에게 무차별 공격당한  마눌의 격한 몸부림  가스까지 뿡뿡 내뿜으며 잠을 자고 있다. 불을 켜면 틀림없이 화 낼것 같아  눈을 말똥말똥 뜨고 망부석처럼 앉아 새벽동이 환하게 트기까지 모기와  사투를 벌였다. 보이지 않는 사람어둠을 꿰뚤어 는 모기와의 싸움은 10전 10패 모기승!  녀석이 더 얄미운건 사람을 가려 문다는 인데 , 아이들과 나만 공격하고 남편은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는다는거.


"피가 단 사람이 있니라"


19년전 시집올때는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다. 어릴적 부터  여러사람이 모인곳이면 모기는 예외없이 나만  물었고 , 물린 자국은 퉁퉁 부어 심할땐 고름을 짜 낼정도로 긁은 상처가 덧나기도 했다.  신혼때 첫 애를 가진 그 해 여름, 모기들은 나를 알아 홀몸이 아닌 새댁에게 공격 앞으로! 명령을 내린것처럼 달려들었다. 드러난 다리와 팔은 금방 볼록볼록 벌겋게 올라왔다. 지금은  무심 남편그당시 통통 부은 내 다리를 보고  화들짝 놀면서도 세상에 이런 피부가 라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난 하나두 안 물렸는데, 당신옆에 자면 이상하게 그러네 " 옆자리가 허전한것을 느끼고 조금 일찍 어난 남편이 성의없이 던지는 한마디는 밤새  모기랑 실랑이하다  한숨못잔 내게 별 위로가 되지 못했다.


모기도 웬만큼 배가 부른지 계속 물지는 않았다.  아님 밝은 여명아래 정체가 탄로날까 전략적 후퇴를 한 것일수도. 잠에서 깬 세째의 한쪽 눈이 다래끼가 난것처럼 빨갛다. 물어도 예쁜얼굴 망가지게 눈을 물다니 엉덩이랑 허벅지 머 이런 살많고 푹신한데 다 두고. 막내는 발목쪽이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놈인거 같았는데 소화력이 대단한 놈일게다. 그 조그만게 피 한방울이면 족할텐데 어른피 아이피 돌아가면서 밤새 마셨으니 오죽 배가 부를까. 아마 방구석 어디쯤 부른배를 두드리며 쉬고 있을수도.


"모기는 왜  피를 빠는거야?"

"피를 빠는 모기는 임신한 암놈 모기야. 영양분을 보충하려고 피를 빠는거래"


나름 책을 많이 읽어 잡학박사 소리를 듣는 세째가 요즘 부쩍 궁금한게 많아진 막내에게 모기의 생리에 대해 정확한 답을 말해준다. 그렇다해도 내 눈이나 어머님 눈에 띄는 순간 인정사정 볼것없이 파리채가 날아갈 것이다.


허벅지 손등 발, 난 여기저기 골고루 물렸다.

가려운 곳에 약을 바르면서 이 와중에 모기에게 한가지 고마운건, 아이들보다 나를 더 많이 물어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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