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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Jun 21. 2019

그 저녁의 만찬

자반 고등어

저녁에 자반고등어 한 마리를 구웠다. 마을 부녀회에서 파는 고등어인데 그렇다고 시시하게 볼건 아니었다.  5000원에 커다란 자반고등어 한손인데, 만원치 정도면 서너번은 상에 올려도  남음직 했다. 눈으로 쓱 봐도 푸른빛깔 선명  신선도는 믿음이 갔다. 


부녀회에서는 감자, 멸치,보리쌀등 제철 농산물도 가끔 팔고 있는데 여기서 남은 수익금 일부 마을발전을 위해 쓴다고 한다. 내 또래 엄마들은 이 동네에서 다섯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10년전부터 주택이 아닌 병원,마트, 학교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옆동네 아파트로  차츰 이사를 많이 가서, 어르신들만 남은 부녀회가 앞으로 지속가능할 의문이다.  이런 작은 행사도 규모가 해마다 축소되고 횟수도 많이 줄어들것이다.


 자반고등어는 특성상 생물보다 거의 냉동상태로 판매된다. 해동시켜서 웠을때 물도 나지않고 냄새 심하지 않으 물이 좋은 것이다. 그 반대로 구울때 물이 나오고 고기가 흐물흐물 부서지면서  비린내가 심하게 날 경우엔 물이 나쁜 것이다. 잡은지 오래 되었다 볼 수 있다.  장날에 가끔 생물 고등어를 손질해 달래서 집에서 소금구이를 할때도 있다. 냉동상태의 고기를 싫어할 경우 이 방법도 괜찮다.


손질된 고등어를 쌀뜨물에 담궈놓으면 비린내도 어느정도 잡을수 있다. 숙성된 자반고등어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앞뒤로 돌려가며 노릇노릇 구워 놓으면 이만한 밥도둑이  없다. 밥상에 고등어구이 하나만 딱 올려도 딴 반찬 찾지않고 한 그릇 뚝딱이다. 짭쪼름하고 고소 그 맛에 반하지 않을 이가 았을까 싶다.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아이들의 최애 반찬중 하나이지만 생선구이를 자주 식탁에 올리는 편 아니다. 생선구이라고 해 바야 갈치랑 고등어 정도인데,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탓에 시어머님어하신다 처음부터 며느리 앞에서 티를 팍팍 내셨다. 사람도 입맛 호불호가 정확하신 분이다.  갈치를 구워드린다고 또 열심히 드시는것도 아니다. 


어머님 입맛 뙤약볕에 시들해지면 , 며느리는 장에 가서 은빛비늘 반짝이는 싱싱하고 살이 도톰 오른 갈치 한마리를 사 온다. 무를 적당히 깔고 칼칼하도록 청량고추와 고춧가루 넣어 뭉근히 조려낸 갈치조림으로 집나간 시어머님 입맛을 돌리는데 어느정도 성공을 하기도 하지만, 며느리 아는지 모르시는지 맨 밑에 깔려있는 무만 낚아 올리시고 결국 남은 갈치속살은 장남 차지가 된다.


"야야 나는 무가 더 맛있더라. 간이 가"


빈말이 아니실수도 있다. 양념이 적당히 배인 무는 입안에서 살살 녹아 씹을 필요도 없을 정도.나도 그 맛에 반했다. 주객전도란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당신은 비린내 난다고 안 드시면서, 손주들 잘 먹는다고 부녀회 아즈매한테 부탁을 해 놓으셨나보다. 묵직한  깜장 봉다리가 무심히 식탁위에 놓여있는데 들춰보니 자반고등어다. 저녁 반찬이 고민되던 참, 얼씨구나 싶어 당장에 한손을 꺼내 해동시켰다.


"엄마, 오늘 저녁은 뭐 해 먹을거야?"

/할머니가 고등어 사 오셨네.고등어 구워먹자 맛있겠지^^

"와 신난다~" 식욕이 날로 늘어가는 세째가 주방을 들락날락 하며 재촉을 한다."엄마 빨리 먹고싶어"


난 고등어를 토막내지 않고 구워낸다. 먹을때 실컷 먹으라고 많이 구워내는 편이다.큰 살림을 살다보니 손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지만,먹는거 만큼은 조금 남더라도 넉넉했음 싶다. 남으면 다음날 먹어도 되고 이웃과 나눠도 되고 쓰임새가 많지만, 모자랄 경우에 괜히 먹는걸로 맘 상하는 일이 있을까 싶어서 이다.


밥상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팔을 걷어부치고 고등어에서 가시를 들어내고 밥에 얹어 주었다.  마침 신랑이 퇴근을 해 오랜만에 저녁밥상을 마주하였다. 고등어 살을 발라내는 내 손이 더 바빠졌다. 이 밥그릇 저 밥그릇 놓아주기 무섭게 사라지니 고등어 한마리가 금새 뼈만 남았지만, 큰애 몫으로 남겨둔 고등어 한토막은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아이들 입이 볼록볼록 오물오물 바쁘게 움직인다. 

"엄마 아~" 막내가 살 한점을 떼어 내 입에 넣어주니, 그렇게 달다.남편이 당신도 밥 먹지 한마디 해주길 바랬지만 내 새끼가 준 고등어 한점 때문에 섭섭함이 도망가 버렸다.


어머니가 무를 맛나다 하시며,

무만 건져 드셔도 이제 며느리는 그만 속상해 하기로 했다.

고등어 가시를 골라 내는

며느리 마음이랑 시어머니 마음이

다르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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