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모르몬교 광신도였다. 그는 학교나 병원 같은 공적 기관은 자신과 가족을 믿음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음모를 숨기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일곱 명의 자녀들 모두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자신은 화상으로 얼굴이 흘러내리는 지경에도 병원에 가기를 거부한다. 칠 남매 중 막내였던 타라 역시 오빠, 언니와 마찬가지로 열 살 되던 해부터 가업인 폐철 처리장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수백 대의 폐차와 폐트럭이 산을 이루고 있고, 무겁고 날카로운 쇳덩이들이 머리 옆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예리한 쇠붙이에 다리를 크게 베이는 사고를 당한다. 그 와중에도 아버지는 심판의 날에 늦지 않기 위해 폐철 분류 작업에만 열중한다. 무릎 아래 난 커다란 상처가 아물어 갈 무렵 소녀는 용기를 내서 아버지에게 말한다.
“학교에 가고 싶어요.”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Educated)’은 열여섯 살까지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던 주인공이 결국에는 케임브리지대학교 박사학위를 취득한다는 내용이다. 그녀가 거처 온 삶이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어서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 성장기의 배경이 여전히 가장의 권위가 절대적이고, 종교적 원리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70년대쯤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1986년생으로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다. 현대 미국에 이와 같은 가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주된 감정은 주인공이 너무 불쌍하다는 느낌이었다. 열 살배기 꼬마가 앞코에 쇠가 덧대진 작업용 부츠를 신고 폐철 더미에서 일하게 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버지가 자식들을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켰다면, 좁은 공간에서 그녀를 더욱 못살게 한 건 오빠 중 한 명이었다. 무더위 속에서 일하다가 소매를 조금이라도 걷으면 오빠는 정숙하지 못하다면서 타라의 머리를 변기에 박고 스스로 창녀라고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는 남매간의 장난처럼 보여지고 싶은 마음에 소녀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배움을 갈망했던 그 어린아이가 접할 수 있었던 책은 모르몬 교리에 관한 서적이 전부였다. 꼬마가 얼마나 무엇이든 읽고 싶었으면 그런 교리집 마저 읽어 나갔는지 측은했다.
학대받는 아이에 관한 안타까운 사연으로 끝난다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어려운 환경에 주저앉지 않고 능동적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 그녀는 혼자서 검정고시와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한다. 폐철 작업 후에는 피곤하기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했다. 잠자는 걸 포기하고 시험을 준비했으며, 돈이 없어 치과도 가지 못해서 늑대가 턱을 물어뜯는 고통을 느끼면서 공부에만 전념한다.
작가는 폐쇄적인 가정에서 고통받던 어린 소녀가 교육을 통해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어느 사이엔가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고, 그녀가 쏟는 무한한 인내와 노력에 감탄하게 된다. 케임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저자는 어린 시절 자신의 방에 걸려있던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 속에 서있는 여성은 더 이상 오빠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아버지의 눈치만 살피는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오히려 숨기고 싶었던 가정사를 담담하게 밝히고, 그 기억을 극복하는 진정한 어른이 되어있었다.
당연하게도 사람은 단순히 나이만 먹는다고 해서 어른이 되지 않는다. 이 사실은 이야기 속 일곱 남매의 예에서도 극명하게 증명된다. 다 클 때까지 아버지 그늘 밑에 머물렀던 자식 넷은 나이가 들어서도 아버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 산다. 반면에 타라를 포함한 나머지 삼 남매는 집을 떠나서 어떻게든 정규 교육을 받고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 간다. 교육과 배움을 통해서 삶을 변화시키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셀링 포인트는 저자인 타라 웨스트오버의 뛰어난 글 솜씨에 있다. 책을 읽노라면 아이다호의 자비심 없는 겨울을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그녀가 살던 산골의 장엄한 침엽수림을 눈으로 보는 듯했다. 허름한 차림에 작업 장화를 신고 있던 소녀가 잠자리 날개 같은 스커트와 캐러멜색 발레 슈즈를 신고 있는 또래들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 묘사는 중년 아저씨도 눈물짓게 했다. 십 대 중반까지 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변변한 책도 접하지 못했을 저자가, 그 후에 얼마나 많이 읽고 쓰고 고쳤을지 노력의 흔적이 엿보였다.
제목이 ‘배움의 발견’이지만, 우리는 그 필요성을 더 발견할 것도 없이 잘 알고 있다. 다만 이 회고록을 통해서 배움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실제 사례를 통해서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교육을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너무 평범하고 무난해서 지루하기까지 했던 학창 시절이 사실은 축복받은 시간들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을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학습의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