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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블린 연구소 Dec 14. 2022

'아담스 패밀리'의 새로운 이야기

넷플릭스 웬즈데이 시청 후기

고등학교 때 시험 끝나고 친구들과 ‘아담스 패밀리’를 보러 극장에 갔었다. 영화 내용이 자세히는 기억 안 나지만 무척 재미있었다는 인상이 남아있다. 넷플릭스에서 ‘아담스 패밀리’의 딸 웬즈데이를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만든다길래 클릭해 보았다. 이 아이는 직접 제작한 단두대로 인형머리를 자르고, 남동생을 고문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평범한 학교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괴짜들만 다닌다는 네버모어로 전학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룸메이트로 늑대의 피가 흐르는 또래 이니드를 만난다. 두 소녀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1편부터 8편 끝까지 한 번에 정주행했다.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한 드라마였다. 네버모어 학교에 얽힌 사연, 소수라고 해서 괴짜인간들을 화형시켰던 역사, 네버모어 동창생인 웬즈데이 아빠와 엄마 이야기까지 엮어서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 속에서 10대들이 겪을 만한 성장통이 그려진다. 부잣집 아들이지만 부모의 관심에 목말라 있는 소년, 보름달이 떠도 늑대로 변신하지 못해 집안의 천덕꾸러기가 된 소녀 등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곁을 주지 않던 웬즈데이가 점점 친구들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팀 버튼 감독의 작품답게 동화같은 화면들도 매력적이었다. 모든 장면을 장인 정신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느낌이었다.


 약간 아쉬운 점은 서양권에서 통용되는 초자연적, 영적 존재들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다. 사이렌, 가고일, 늑대 인간, 영매, 마녀사냥 등에 대해 깊게 알고 있었더라면 스토리를 더욱 완벽하게 즐겼겠구나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도 약점이다. ‘초능력을 가진 학생들만 다니는 학교’라는 배경은 아무리 아닌 척해도 호그와트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웬즈데이와 이니드는 만나자마자 방에 선을 긋고 각자의 영역을 확실히 한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두 룸메 친구는 서로의 아픔을 이해한다. 마지막 부분에 웬즈데이가 괴물에게 공격받고 피를 흘리자, 이니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늑대로 변신해서 괴물 앞을 막아선다. 늑대소녀가 등장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장면이건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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