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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블린 연구소 Dec 23. 2022

오사카에서 오픈런 했던 일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방문기.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은 오사카 외곽 해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을 마음껏 즐기려면 오픈런을 해야 했다. 공식적인 개장 시간은 9시였지만, 7시 40분쯤 도착하니 벌써 셀 수도 없는 사람들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새벽 알람에 일어나, 비싸기로 소문난 일본 택시를 타고 왔지만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았다. 중국사람, 타이완사람, 일본사람, 인도사람, 아프리카사람, 유럽사람, 미국사람, 한국사람 등 생김새와 쓰는 말도 다양했다. 하지만 모두의 목표는 단 한가지 였다.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냅다 뛰어서 마리오 아저씨가 기다리는 닌텐도 월드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익스프레스 티켓을 구했다면 이런 수고를 덜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마리오 팬들은 몸이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8시 30분경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입구를 지난 뒤에는 뛰기 싫어도 뛸 수밖에 없고, 닌텐도 월드가 어디 있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주위에서 모두 한곳으로 달리고 있으므로 나도 모르게 발이 움직였다. 생면부지에다가 피부색까지 다른 사람들이지만 왠지 모르게 경쟁심이 발동했다. 같이 간 우리 일행 8명 중에도 중학교 졸업반 남학생이 2명 있었지만, 난 걔네들보다도 앞서서 달렸다. 내 마음은 간절했다. 마리오, 마리지 형제와 피치 공주, 쿠파의 석조상을 실물 영접하고 싶었다. 3D로 재현된다는 마리오카트 트랙을 꼭 경험해야만 했다.


 슈퍼마리오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좋아하던 게임이다. 뾰족한 이유도 없이 오락실이 금지되던 나이에 뿅뿅을 한다는 건 나름 일탈이었다. 마음 졸이면서 했던 슈퍼마리오는 정말 재미있었다. 그래픽도 평면적이고 캐릭터 움직임도 조악하지만, 지금도 ‘빰 빰 빰빠밤 빰빰’하는 메인테마 음악만 들으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바로 그 게임 속 세계가 눈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마리오가 쑤욱하면서 사라지던 배관통에 들어가 보고, 머리를 헤딩하면 동전이 쏟아지던 물음표 박스에도 실제로 부딪쳐 볼 수 있었다. 키노피오의 버섯 모자도 만져보고, 요시의 등에 앉아서 마리오 월드 곳곳을 비행했다. 같이 갔던 애들보다 내가 더 바쁘게 돌아다녔다.


 몇 달 사이에 에버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두 곳을 방문했었다. 모두 좋았지만 왠지 유니버셜이 더 풍성하다는 느낌이었다.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스토리가 있는가’였다. 에버랜드 시설도 훌륭하고 탈거리도 심장 떨리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반면에 유니버셜에서는 짜릿한 어트랙션에 추억과 감성을 덧붙여주었다. 해리포터지역에서는 호그와트와 마법사 거리를 거닐 수 있고, 쥬라기파크에서는 익룡의 발톱에 매달려서 하늘을 날 수 있었다. 미니언즈 대원이 돼서 악당들을 잡으러 우주선을 타고, 피치 공주를 구하기 위해서 쿠파의 성에도 들어가 볼 수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와 함께 자랐던 마리오를 만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꼬마 시절에는 50원 동전이 없어서 하루 종일 게임 구경만 하곤 했었다. 이제는 마리오 모자와, 피치가 그려진 담요에 5000엔 지폐를 고민 없이 지불했다. 엄마 몰래 오락실을 다녔던 코흘리개적 시간을 잠시라도 되살려 주어서 전혀 아깝지 않았다. 기억을 소환하고픈 아저씨들이 오사카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유니버셜로 몰려들고 있었다. 아빠 손 잡고온 아이들도, 아버지 나이가 되면 오늘을 추억하고 다시 오게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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