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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블린 연구소 Dec 28. 2022

넷플릭스 '나만이 없는 거리'를 보고.

 일본에서 넷플릭스에 접속했더니, 한글자막이 지원되는 콘텐츠가 제한적이었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이 일드 ‘나만이 없는 거리’였다. 코인 란도리(동전 세탁기)에서 빨래를 기다리면서 무심코 눌렀다가, 여행 틈틈이 12회차까지 완주했다. 편당 길이가 30분이고, 거기서 오프닝하고 엔딩 빼면 본론은 25분 남짓이라 금방 볼 수 있었다.


 만화가 지망생 사토루는 언제부턴가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주위에서 살인이나 유괴 같은 위험한 일이 벌어지면, 사건이 발생하기 전으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토루의 엄마 사치고는 장을 보던 중에 어디선가 본 듯한 남자를 지나친다. 사치코는 집으로 돌아와 기억을 더듬어보다가, 그 자가 예전에 사토루 친구들을 유괴했던 사람이었음을 떠올린다. 하지만 사치코는 그 남자의 습격을 받아 등에 칼을 깊숙이 꽂히고는 사망한다. 집으로 돌아온 사토루는 엄마가 죽어있는 걸 발견한다. 슬퍼하던 사토루는 시간여행을 통해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사토루는 엄마의 살인범과 어린 시절 친구들을 유괴했던 범인이 동일 인물임을 직감한다. 그리고는 그의 범행을 막아야겠다고 결심한다.


 스토리 자체가 단단하고 매력적이었다. 유명한 장어덮밥집 대기줄에 서서도, 스타벅스에서 지친 다리를 쉬면서도 자꾸만 다음 편을 클릭하게 될 정도였다. 어리게만 보이는 초등학생들이 폭력에 시달리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미래에 일어날 불행한 결과를 바꾸려는 주인공을 어느새 응원하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드라마가 진행되는데 이질감 없이 이야기가 연결된다.


 중간중간 펼쳐지는 북해도의 풍광도 아름답다. 추운 지방답게 눈, 입김, 성애, 얼음 등 비슷한 색채의 정서가 화면 가득하다. 슬로모션으로 반복되는 공장 굴뚝의 하얀 연기도 멋지게 연출된다. 출장 진료를 다니던 수의사가 익사 위기에 처한 사토루를 구해주는 역할로 나온다. 단역이었지만 그것도 나에게 가산점도 얻었다. 검색해 보니 원작이 일본 만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이었다. 역시나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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