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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블린 연구소 Sep 22. 2023

타이페이 여행기.

제 2편 길거리 아침식사, 박물관, 명품쇼핑 등

5. 길거리 아침식사 문화 – 4일간 타이베이에 머물면서 아침은 꼭 큰길 뒤쪽으로 형성된 로컬 식당가를 이용했습니다. 정말 좋았던 시간이었는데 음식 맛보다는, 진짜 타이베이 주민의 일상에 잠시라도 들어가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만 상가건물은 1층 처마를 길게 도로까지 드리운 형태입니다. 그런 처마들이 쭉 이어져서 열대기후 따가운 햇살과 갑작스런 호우를 막아주는 통행로 역할을 합니다. 아침식당은 보통 그런 처마 밑 길거리에 펼쳐집니다.

 도로까지 내놓은 커다란 양철 들통에서 무언가 끓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더운 날씨인데 사람들은 작은 탁자에 둘러앉아서 면발을 후루룩 하고 있더군요. 까무잡잡한 피부의 여성이 잠깐 앉는가 싶더니 금방 한 끼 때우고 일어납니다. 그 와중에 기름기 가득한 얼굴을 한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물고 와서는 만두튀김을 포장해서 가고요.

 분위기를 살피다가 노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습니다. 하얀색 난닝구차림의 아저씨가 서빙을 하고, 아주머니는 연신 면을 데치고 있으셨습니다. 영어로 된 메뉴는 없었고, 제가 읽을 수 있었던 한자는 ~~‘면’하고 대, 중, 소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식탐이 많은 저는 당연히 ‘대’자를 가리켰습니다. 어차피 가격차이도 10타이완달러(440원) 정도 밖에 안나니까요. 그러자 안쪽에서 면을 삶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두 팔로 배 앞에 큰 원을 그리시더군요. 그래서 ‘중’자 시켰는데 과연 양이 많았습니다.

 타이베이는 정말 길거리 아침 식사에 진심이었습니다. 위에 말한 우육탕 말고도 메뉴는 다양합니다. 두유와 밀가루막대튀김, 만두(같이 생긴 빵), 대만식 샌드위치 파는 가게 앞으로 이른 시간부터 줄이 길게 이어집니다. 모두 먹어봤는데 솔직히 맛은 우리가 이미 아는 그 맛입니다. 그래도 그 분위기가 좋아선지, 아침에 눈뜨면 나도 모르게 그 골목으로 향하고 있더라구요.


6. 박물관 – 이번 휴가지로 타이베이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는 ‘고궁박물관’ 관람이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꼽아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박물관이라는데, 과연 규모와 소장품의 가치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중국 황실 보물들을 국공 내전 때 장제스가 타이완섬으로 옮겨 왔다는 스토리가 전시물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던군요.

 일정 중에 유일하게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었는데 정말 잘한 일이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설명 들으면서 전시물을 관람하니 2시간 반도 아쉬웠어요. 혼자 돌아다녔으면 그저 다리만 아팠을 것 같습니다.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3대 유물은 육형석(일명 동파육), 취옥백채(일명 배추) 그리고 상아투화운룡문투구(상아로 정교하게 깎은 황제의 퍼즐)입니다. 워낙 귀하신 보물들이라 순번을 정해서 수장고에 들어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간다는데, 운 좋게도 방문한 날에 세 분 모두를 실물로 영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보물은 말 타는 여인 도기(Pottery)였습니다. 직업상 어디를 가도 말과 관련된 작품이나 건물, 이야기, 기념품 등에는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입니다. 설명을 읽어보니 폴로를 하는 모습이라더군요. 말과 인물의 움직임이 요즘 시선으로 봐도 에너지가 있고, 정말 경기의 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것 같았습니다. (옆에 각 잡고 서있는 모습을 만든 것과 비교해 보면 왜 이 작품이 뛰어난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도기들도 진귀한 보물입니다.) 색깔도 이쁘고, 무엇보다 남자가 아닌 여자가 폴로 경기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출구 기념품샵에 이 기마여인상도 미니어처가 있길레 집어 들었습니다.

 여기 말고도 국립대만박물관, 중정기념관, 타이베이탐색관 등 모두 둘러보았습니다. 아내는 ‘정통 수학여행 코스’라 놀리더군요. 저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이중 특히 국립대만박물관은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선호도가 낮은 것 같던데 꼭 추천드립니다. 섬인데도 대부분 고산지대인 타이완 섬에 존재하는 많은 동물과 식물을 마음껏 볼 수 있습니다. 전시물의 퀄리티도 대단하고, 박물관건물 자체가 문화재같이 고풍스러웠습니다. 지금도 발바닥이 따갑고 종아리가 땡기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박물관 관람이었습니다.


7. 명품쇼핑 – 타이베이에서 방문했던 명품관은 101전망대센터와 옥색소고백화점 두 군데입니다. (정말 부지런히도 돌아다녔네요. 관광지에서 유독 승부욕이 불타는 편입니다.) 소고백화점은 건물 외벽을 청록색으로 꾸며놨는데, 한국인들 사이에서 ‘옥색소고백화점’이라고 불립니다. 실제로 보면 이쁘기도 하고 잘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무튼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여러분이 찾는 그 가방! 한국에서 못구했다면 여기에도 없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한궈런 관광객이 이리도 많은데 혹시 나오더라도 남아나질 않겠지요.

 남성분들게 팁을 좀 드리자면, 에르메스 들어섰는데 뭔가 어색하면 가방 삼대장(벌킨, 켈리, 가든파티)중에 아무거나 있냐고 물어보면 되겠습니다. 없을테니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물론 아주 낮은 확률로 ‘마침 그 가방 있다.’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지도 미리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고요. 여기 명품관의 장점은 에르메스나 샤넬도 오픈런은 물론이고 웬만하면 대기 없이 들어가서 둘러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문턱이 낮을뿐더러 응대도 대단히 친절했습니다. 땀에 쩔은 티셔츠에 청바지, 흰 운동화 차림에 반쯤 마신 생수병이 삐죽 튀어나온 배낭을 메고 들어가도 안내를 잘해 주더군요. 제 눈길이 머물기만 하면 가격과 디스카운트 정보를 알려주었습니다. ‘Im just watching.’이라고 이야기하면, 상관없다고 천천히 둘러보라고 화답했습니다. 모 시계브랜드에서는 기종을 물어봤을 뿐인데, 갑자기 저를 안쪽 테이블로 안내하고는 뭘 마시겠냐고 묻더군요. 평소에 갈 기회가 거의 없는 명품상점을 타이베이에서 둘러보는 것도 관광이 될 수 있겠습니다. 아내분들을 위해 작은 소품이라도 구매한다면 남은 여정이 더욱 순탄해지는 것은 덤이구요.


8. 101타워전망대는 타이베이 뿐만아니라, 대만 국가대표 관광지라 할 수 있는데, 사실 저는 뭐 그냥 그랬습니다. 풍경이 가장 이쁘다는 저녁노을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꼭 가야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가끔 애먹일 때도 있었지만, 구글맵은 이 낯선 섬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이정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에어컨 빵빵하고 요금까지 싼 대만지하철(MRT)은 저의 발이 되어주었구요. 타이베이는 정말 볼거리도 놀 거리도 많고,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좋은 도시였습니다. 귀국 편 공항에서 남은 타이완달러를 환전하려다가 그냥 지갑에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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