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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블린 연구소 Sep 09. 2023

이제야 보게 된 웰메이드 대만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후기.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았다. 나는 이 영화를 예전에 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넷플릭스에 있길래 점심 먹으면서 첫 부분만 돌려볼까 했다가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지나고 보니, 내가 알고 있었던 건 여주인공 샤오위가 유령이라는 모티브뿐이었다. 그나마도 그녀는 유령이 아니고 과거에서 시간을 거슬러온 소녀였다. 비슷비슷한 타임슬립 콘텐츠들이 쏟아졌지만 이 작품처럼 몰입되는 이야기는 몇 없었다.


 영화 전체에 깨알같이 공들인 흔적이 엿보였다. 야외 배경은 모두 관광지 엽서 사진 같았다. 실내 장면을 채우는 집안가구, 그림, 학교 책걸상, 피아노와 각종 악기까지 사소한 소품에도 정성이 묻어났다. 카메라 움직임도 물 흐르는 듯이 편안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자 주인공 시선으로 샤오위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술 고등학교가 배경이어서 연주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주인공은 물론이고 단역들마저 악기 다루는 실력이 대단했다. 등장인물이 들려주는 곡이나,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들이 전부 고막에 꿀처럼 스며들었다.


 이 영화의 화룡점정은 바로 여주인공을 연기한 배우가 아닐까 싶다. 검색해 보니 계륜미라는 연기자였다. 기본적으로 미모도 빼어나지만, 배역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2시간 내내 했다. 샤오위가 눈물 흘리며 돌아설 때, 아저씨의 마음도 무너졌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은 만듦새,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 음악, 화면을 장악하는 여자 주인공이 합쳐져서 웰메이드 영화가 완성되었다. 가을에 혼자서 가까운 곳으로 휴가를 갈까 생각 중인데 대만이 갑자기 마음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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