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소녀의 눈물겨운 노벨상 수상기-'돌파의 시간'

by 고블린 연구소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커털린 커리코의 회고록이다. 헝가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소녀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 눈물나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주류 학계는 DNA에 비해서 불완전한 구조의 RNA를 연구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커리코 박사는 일찍 RNA의 유용성을 알아본다. 다수의 냉대 속에서 교수나 정규직 연구원이라는 직함도 없이 불완전한 신분으로 실험을 계속한다. 월급은 고사하고 일할 공간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때로는 증류수같이 값싼 소모품을 사용하는 것도 제지당한다. 온갖 어려움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세포배양 후드 앞을 지킨다. 마침내 박사의 RNA 연구가 코로나19백신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고, 그녀의 이야기에 전 세계가 귀를 기울인다.


책의 주요 뼈대는 커리코 박사의 RNA연구와 코로나 백신 개발 과정이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그녀가 수없이 맞닥뜨려야 했던 차별과 서러움의 사연이 채워진다. 면역이나 백신 등 과학적인 지식을 다루는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순탄치 않았던 박사의 인생사에 더 몰입된다. 항상 돈에 쪼들리고, 지원서는 매번 거절당하고, 냉정하고 무관심한 시선에 눈물 흘리는 모습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위인전이 아니라 내 주위 누군가의 눈물겨운 속사정 같아서 더 공감되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녀는 결코 주저앉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는 노력으로 결핍을 채워나간다. 쓰러질 때까지 에너지를 쏟아붓고도 한 가지 만 더 해보자는 자세로 연구에 임한다. 심리적으로도 여러 번 위안을 받았다. 예컨대,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자기를 음해하고 이유 없이 미워하는 원수들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조언이 이어진다. 이미 벌어진 일에 허우적거리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고 실행한다.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용서하라'는 변치 않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너무 교과서적인 말씀같다는 반발심이 들면서도, 다른 이도 아니고 커털린 커리코의 목소리로 들으니까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녀하고 똑같이 사고하고 행동하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 봐야겠다고 연초에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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