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비가 오락가락하며 메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셔주었습니다. 비가 조금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운동장을 돕니다. 육상트랙이 깔려있어서 폭신하기는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은 물을 그대로 머금고 있다가 운동화까지 젖기도 합니다. 양말까지 다 젖어버린 날이 있었습니다. 운동화를 벗어보니 밑창이 다 닳아서 헤졌더군요. 한동안 운동화를 새로 사지 않고 신고 다녔더니 새로 살 때가 된지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 '명0사' 음반가게
지난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를 나갔습니다. 운동화도 사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도 사려고 마음먹었죠. 지나가고 있는데 한편에서 음악이 들려옵니다. 예전에는 CD나 테이프를 판매하는 음악사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죠. ‘명 0사’라는 곳인데 음악이 흘러나오니 5학년인 첫째가 물어봅니다.
아이: “저곳은 뭐하는 곳이야? 음악이 나오는데 뭘 파는지 모르겠어.”
나: “지금은 스트리밍이나 MP3로 음악을 듣는데, 예전에는 CD나 테이프로 음악을 들었거든. 그런 거 파는 곳이야.”
아이: “그렇구나.”
그렇습니다. 5학년인 아이는 CD나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집에도 테이프로 구동되는 카세트가 있기는 하지만 한쪽 구석에 처박혀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 둔 것도 많았는데 지금은 어디에 두었는지, 비디오테이프를 구동하는 기계는 어느 곳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사하면서 버렸는지도 모르겠네요.
주변에 과거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하여 ‘싸이월드’를 복원하는 분들을 보곤 합니다. 저도 한때 그곳에 사진과 음악들을 구성해두고는 미니홈피를 운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으니 꽤나 많은 시간들이 지났습니다. 벌써 20여 년이 흘렀군요. 이래저래 새로운 것들만 찾아다니다 보니 이제는 이전에 익숙하게 보아 오고 써온 물건들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과거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갑자기 발견한 옛 물건을 다시금 만져보며 이전의 기억들을 회상하기도 합니다.
서랍 속의 MP3는 1GB의 용량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몇 곡이 들어가지 않는 용량이라고 할지라고 꿋꿋이 몇 시간을 컴퓨터와 씨름하며 복사해서 붙여 넣기를 했죠. 대학시절 줄이 달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휴대폰에서 스트리밍으로 음악이 줄줄 나오니 구석기시대에나 있을법한 구닥다리 시스템이라고 느껴지겠죠.
- 삐0스넥
간만의 옛 추억을 뒤로한 채 ‘삐0스넥’에 들어갔습니다. 분식집인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곳입니다. 과거로의 여행이랄까? 그 당시에는 시내에 음식점이 몇 곳 없어서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곳입니다. 지금은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하네요. 칼국수, 냉면, 가락국수, 쫄면 이렇게 4가지를 주문해서 나눠먹었습니다. 옛날 맛입니다. 지금은 입맛이 변해서 자극적인 음식을 찾곤 합니다. 정겨운 옛 추억과 정을 생각해봅니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먹어볼 만한 추억의 장소로 남아 있을만한 공간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도 급격하게 많이 생산되다 보니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주어야 하고요. 그 공간만큼은 인정받고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억들로 가득 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