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靑森)를 가보기 전까지는 아오모리에 사과만 있는 줄 알았다. 아오모리는 혼슈의 최북단에 위치해 쓰가루 해협(津輕海峽)을 사이로 북쪽으로 훗카이도(北海道)와 맞닿아 있다. 아오모리의 하이라이트는 자연이다. 산림과 계곡 그리고 드넓은 초원의 대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아오모리다. 아오모리 현 북쪽의 시모키타 반도(下北半島)부터 이와테 현(岩手県)과 이어지는 남단까지 아오모리 전역에서는 말을 길러왔다. 추위에 강하고 몸통이 똥똥하게 생긴, 칸다치메(寒立馬)라는 지역의 말 품종도 있다. 아오모리 안에서도 하치노헤(八戶)라는 지역이 있다. 아오모리 현 제2의 도시로서 남동단에 위치해 있다. 하치노헤 지역은 예전부터 넓은 초지에 말을 방목해 기르던 말의 산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이용한 지역 전통공예품이 있다.
어릴 적 집의 장식장에 우두커니 서있던 말 모양의 조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오모리에서 만난 말 목각 인형이 바로 눈길을 끌었다. 하치노헤 시의 명산품으로, ‘야와타우마(八幡馬)’라고 부르는 목각 말 인형이 있다. 이는 무려 7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하치노헤 시의 맨홀 무늬로도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각 지역에서는 지역 명물을 맨홀 무늬로 사용하곤 한다.) 야와타우마는 과거 지역에서 결혼 예식을 올릴 때, 신부를 태우고 가는 말을 화려하게 장식하던 풍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검은색 말은 부모를, 빨간색 말은 자식을 상징한다. 이제는 결혼 예식이 현대식으로 바뀌어서, 아무리 아오모리 지역이라고 해도 결혼식 때 신부가 말을 타지는 않는다. 대신에 결혼, 졸업, 출산 등의 경사에 축하 기념품으로 선물하는 것이 바로 이 야와타우마다. 야와타우마가 축하와 행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야와타우마의 또 다른 유래도 있다. 하치노헤 지역의 쿠시히키하치만구(櫛引八幡宮) 신사에서 참배자들이 사가는 선물로 나무로 만든 말 장남감이 팔리곤 했다. 이 신사의 지역명이 야와타(八幡)라는 점에서 유래되어, 야와타 신사에서 팔리는 말이라 하여 야와타우마가 된 것이다. 유래야 어찌 됐든지, 하치노헤 시를 방문하게 되면 관광지 주변 여러 공방에서 야와타 우마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곳곳의 기념품 가게에서도 멋진 야와타우마를 구매할 수 있는데, 평균적인 가격으로 7~8cm 이하의 작은 것들은 2~3천 엔, 크기가 큰 것이나 명인의 수공예품인 경우는 수 만 엔을 호가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현대적이고 귀여운 문양을 그려 캐릭터화 한 야와타우마도 만들어지고 있다. 지인에게 경사가 있을 때,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행운의 말 인형, 야와타우마를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