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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Sep 24. 2020

894~899일. 갈수록 즐거워지는 대화

나를 놀라게 하는 아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가 개봉한 게 2013년 12월이다. 그 해 겨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미래에 태어날 내 아들이 아닌 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다.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힘들다는 말을 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아주 드물게 어머니를 통해 그 말을 한두번 정도 들은 기억은 난다.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직접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은 한번도 없다. 아들이 태어나고 나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깨닫게 된다.


#오래 전부터 아들의 성장 과정을 글로 남겨둬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그러다 지난 토요일 더 늦기 전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이 세상에 태어난 지 894일째 되던 날이다. 그날은 모든 게 완벽한 날이었다. 오전부터 치과 정기검진-대도식당에서 점심-커피빈에서 커피 한잔-집에 돌아와 낮잠까지.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낮잠에서 깬 아들과 둘이 동네 산책을 나갔다. 잘 걷지 않는 편인데 이날은 한번도 안아달라고 하지 않고 아파트 단지를 한바퀴 크게 돌았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엠버가 지나가는 걸 본 아들이 하는 말에 깜짝 놀랐다.


"어디 아픈 사람이 있나봐. 엄마, 아빠는 아프면 안돼"


요즘 부쩍 말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말을 들었을 때 아들이 부쩍 자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순간을 남겨두고 싶어서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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