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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Sep 25. 2020

899~900일_아들과 함께 한 첫 강원도 여행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 

#스물 여섯 되던 해에 처음으로 해외에 나갔다. 어학연수를 위해 미국 텍사스 칼리지스테이션이라는 작은 도시에 위치한 텍사스A&M 대학교에 머물면서 처음으로 해외 생활을 했다. 반년 정도 칼리지스테이션에 있다가 보스턴으로 옮겼는데 중간에 한 달 정도 여유가 있어 군대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유럽 배낭여행을 했다. 그리고 보스턴으로 다시 돌아와 반년 정도 생활을 했다. 1년 정도 처음으로 해외 생활을 하고 해외 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다. 그때 가지 않았다면 이후 내 삶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진주라는 작은 지방 도시에서 태어나 서울로 오지 않았다면, 대학 생활을 하다가 미국 어학연수를 가지 않았다면 내 삶은 어땠을까. 한번 해외에 나간 후에는 매년 어딘가로 떠났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코틀랜드, 스페인, 독일, 일본, 싱가포르,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매년 여행이든 출장이든 갈 일이 생겼고, 갈 일을 만들었다.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세상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들이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가능하면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이제 900일을 갓 넘긴 아들이지만 비행기 타는 걸 싫어하지 않아 그간 제주도, 하와이, 네덜란드까지 부저런히 다녔다.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예전처럼 쉽게 해외 여행을 가지는 못 하겠지만 당분간은 아들과 함께 세계테마기행을 열심히 봐야겠다. 아들과 함께 보는 재미가 있다. 


#아들과 첫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아내와 아들이 며칠 전부터 바다보러 갈거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기에 따라나섰다.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 하는 걸 내가 숙소 예약을 해서 1박 2일로 다녀왔다. 행선지는 양양. 양양은 내게 특별한 곳이다. 군 생활을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 근무했던 속초공항을 지나갈 때는 아들에게 아빠가 근무했던 곳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는데 7번 국도를 달리면서 한참 바다 구경을 잘하다가 딱 내가 생활했던 근무지를 지날 때 깜빡 잠이 들었다. 


#말, 토끼, 메뚜기, 대나무. 이번 여행에서 아들이 본 동물과 곤충, 나무다. 요즘 아들은 하루가 다르게 아는 게 많아지고, 말이 늘고 있다. 매일 동물과 곤충, 나무가 나오는 책을 수십번씩 읽고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책에서 보던 동물과 곤충, 나무 친구들을 만나고 왔다. 그리고, 돌멩이 친구들도 여럿 주워왔다. 돌멩이 엄마, 아빠 찾아줄거라고. 예쁜 마음과 말들. 아들과 대화를 하는 것 만으로도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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