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여의도에 위치한 모 방송국에 대학 선배를 만나러 갔었다. 20여년 가까이 봐온 선배다. 같은 학회 선배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이 같아 얘기를 많이 나눴던 선배다. 기자라는 직업인으로서도 배울 점이 많아 의지가 됐던 선배다. 당시 선배를 찾았던 것은 퇴사를 앞두고 안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틀 전에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배는 갑자기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번에 퇴사를 하는데 지난번에 찾아왔을 때 말을 못해 미안하다는 거다. 방송사를 퇴사하고 콘텐츠 구독 플랫폼 'ㅂ저널리즘'으로 이직한다고 한다. 경력 공채에 지원을 했었고, 한 달 전에는 확정이 되지 않아 말을 못 했다는 거다.
이상하게 요즘 주위에 퇴사를 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달에는 같이 호흡을 맞춰 리츠 제도 개선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던 국토부 공무원이 퇴사를 했다. 선배나 국토부 공무원, 그리고 내가 처한 개별적 상황은 다르지만 또 한편으론 크게 다르지 않다. 선배의 퇴사를 보도국 구성원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근데 나는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굳이 왜 나가냐고 묻는다. 남을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큰 변화의 흐름이 느껴진다. 앞으로 기존 산업의 경쟁자는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나타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