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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Nov 10. 2020

성수동에 깃발 꽂은 이지스자산운용

성수동 오피스 시장은 진화중

#지난 2017년 가을에 홍콩계 자산운용사인 굿윈 거 거캐피탈 회장을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굿윈 거 회장에게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성수동'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을 찾을 때 마다 성수동을 걷는다고 했다. 최근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했다. 얼마 전에 홍콩계 투자자가 성수동에 투자를 했는데 당시 타다 운전기사가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 명함을 교환했다고 한다. 명함을 받은 운전기사가 예전에도 홍콩계 투자자가 명함을 준 적이 있다며 보여줬는데 명함에 적힌 회사가 거캐피탈이었다고 한다. 


사실 3년전만 하더라도 굿윈 거 회장의 말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성수동이 뜨고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려왔지만 직접 가본 적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성수동과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로 이사를 오면서 성수동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 집에서 가깝다보니 거의 매주 성수동을 간다. 주중 약속도 성수동에서 많이 잡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성수동 나들이를 갔다. 또 최근에는 퇴사 후 성수동에 위치한 공유 오피스를 사용하게 되면서 더 자주 성수동을 찾고 있다. 이렇게 자주 가지만 갈 때 마다 변화를 체감할 정도로 성수동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조강태 MGRV 대표님과 점심을 먹는데 식당에서 우연히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님을 만나 식사 후 번개 커피 타임을 가졌다. 이렇듯 성수동을 갈 때는 늘 예정에 없던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그들로부터 자극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매력적인 공간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세렌디피티 같은 만남이 이뤄지는 곳, 그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곳. 바로 지금의 성수동이다. 


성수동에 깃발 꽂은 이지스자산운용

국내 부동산 투자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도 최근 성수동에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지스운용은 최근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바로 옆에 위치한 물류창고 부지를 인수했다. 성수역에서 20~30m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지면적 760평으로 성수동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큰 땅이다. 이지스운용은 여기에 연면적 6,300평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개발할 계획이다. 얼마 전 우연히 이지스운용과 설계를 맡은 건축설계사무소 더시스템랩의 회의를 잠시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간 성수동에서 보지 못했던 특징 있는 오피스 건물이 될 것 같다. 최근 성수동 땅값은 평당 1억원을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지스운용은 평당 9,000만원 수준에서 매입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사들인 성수동 물류창고. 우란문화재단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지스운용은 오피스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지스운용은 그간 성수동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간 성수동에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사례가 드물었으나 기관들이 조금씩 성수동에 들어가는 걸 보면서 확신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성수동 투자 이유에 대해 "감에서 데이터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이지스운용이 사들인 성수동 부지 바로 옆에는 이든자산운용이 신세계프라퍼티와 손잡고 개발하고 있는 성수동 복합시설 부지가 있고, 요진건설과 손잡은 MDM투자운용, 이지스운용과 손잡은 디벨로퍼 네오밸류도 성수동에서 오피스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벌써 임대 다 채운 성수동 유일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 '디타워'

수동 유일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 디타워 아크로 포레스트 오피스의 임대가 100% 끝났다. 현대글로비스가 절반 정도를 쓰고 SM엔터테인먼트가 40%, 쏘카가 나머지를 쓴다.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임대가 완료됐다. 성수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성수동 디타워 오피스와 상업시설은 LB자산운용과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대림산업으로부터 인수한 자산이다. 그간 주로 서울 3대 권역에 투자해 온 외국계 큰 손의 첫 성수동 투자다. 성수동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밸류애드 성격의 자금으로 투자를 했다. 인수 당시 금액은 평당 1,800만원대다. GIC외에도 홍콩계 투자자 '스타프라퍼티'도 성수동에서 3개 부지를 사들여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SK D&D가 성수동에서 선보인 임대주택 '에피소드'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고, 하나는 우란문화재단 인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대림창고 근방이다. 스타프라퍼티는 공유 오피스와 리테일을 개발할 예정이다. 

홍콩계 투자자 스타프라퍼티가 사들인 성수동 보지. 사진 아래쪽 가운데 가림막이 쳐진 곳이다. 뒤편에 싱가포르투자청이 투자한 디타워도 보인다. 


3대 권역을 넘어 다변화 되는 서울 오피스 시장

이처럼 서울 오피스 시장도 기존 3대 권역(도심, 여의도, 강남)을 넘어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성수동이 단연 돋보인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는 물론이고, 헤이그라운드,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와 같은 공유 오피스가 자리잡고 무신사와 젠틀몬스터와 같은 기업들도 성수동으로 몰려들면서 오피스 시장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동 현대차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준공을 앞두고 최근 들어 현대차의 2, 3차 벤더들도 성수동에서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사이즈'의 한계를 지적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주로 서울 3대 오피스 권역을 중심으로 대형 오피스 빌딩에 투자해 온 기관 입장에서는 투자할만한 규모가 큰 자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자산운용사들의 투자 대상이 다변화되고, 성수동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면서 성수동 오피스 시장을 향한 관심은 계속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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