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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Nov 13. 2020

다시 50년 미래를 내다보는 '삼일빌딩'

SK와 삼일빌딩, 그리고 건축가 김종성의 인연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 청계천변에 위치한 '삼일빌딩' 새단장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오는 11월 23일 리모델링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밤에 을지로를 지나다보면 준공을 앞두고 불을 환하게 켜둔 삼일빌딩을 볼 수 있다. 삼일빌딩은 한국 마천루의 효시로 여겨지는 건축물이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인 1970년에 준공된 이 오피스 빌딩은 지하 2층~지상 31층, 높이 114m의 네모반듯한 건축물이다. 삼일빌딩은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건축가인 고(故)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삼일빌딩은 당시 삼미그룹이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지금이야 삼일빌딩 보다 더 높고 커다란 건축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삼일빌딩이 준공되던 당시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다. 삼일빌딩은 1985년 여의도 63빌딩이 완공되기 전까지 한국 최고층 건축물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을 대표하던 삼일빌딩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다. 광화문과 을지로 일대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잇따라 들어섰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가던 삼일빌딩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몇 해 전 이지스자산운용이 SK D&D, 그린오크와 손잡고 삼일빌딩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후 삼일빌딩은 리모델링에 착수했고,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초기에는 공유 오피스를 도입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임차인들의 윤곽도 드러났다. SK네트웍스와 SK매직, SK렌터카, 서울관광재단이 입주하고, 출판사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콤마'가 저층부에 들어설 예정이다. 준공을 앞둔 삼일빌딩이 지난 50년의 역사를 이어 받아 앞으로 50년 이상의 미래를 위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삼일빌딩과 함께 최근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빌딩이 바로 1999년에 준공된 SK서린빌딩이다. 최근 SK서린빌딩 매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연금, LB자산운용과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매입 경쟁을 벌였고, 현재 3.3제곱미터당 4,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써낸 이지스운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협상을 진행 중이다. SK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지만 어떤 경우든 간에 서울 오피스 시장 최고가를 경신하게 된다. 흥미로운 건 삼일빌딩과 SK서린빌딩의 연결고리다. 두 오피스 빌딩 모두 현대 오피스 빌딩의 전형(典刑)으로 불리는 뉴욕 맨해튼 파크애비뉴의 '시그램빌딩'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1958년에 준공된 시그램빌딩은 건축가 미스반데로어가 설계했다. SK서린빌딩을 설계한 건축가 김종성 선생님은 미스반데로어의 유일한 한국 제자다. 삼일빌딩의 경우 김중업 건축가가 직접 시그램빌딩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적은 없지만 건축가 김종성 선생님은 "건축물의 형태나 구조를 볼 때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SK서린빌딩에서 바로본 삼일빌딩


덧, 최근 도심에서는 오피스 빌딩 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새 오피스를 지을 땅은 부족하고, 오래된 오피스 빌딩들은 노후화로 새로 준공된 오피스 빌딩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다 보니 리모델링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장교 한화빌딩과 종로타워, 다동에 위치한 옛 대우조선해양 사옥과 서소문 한화빌딩 리모델링이 완료됐으며, 다동 씨티은행 사옥도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이번에 삼일빌딩을 리모델링하고 있는 SK D&D만 하더라도 수송동 수송스퀘어와 남산스퀘어, 명동 SK네트트웍스 빌딩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앞으로 도심 내 오래된 오피스 리모델링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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