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러 있기 보다는 계속 나아가려 합니다
2021년에 처음으로 보내는 뉴스레터인 만큼 오늘은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그리고 눈의 피로가 풀리는(?) 내용을 담아봤습니다. 최근 부동산 투자 업계에서도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관련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몇 달 전 홍콩계 자산운용사 거캐피탈로부터 데이터센터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강의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 하나가 네덜란드의 친환경 데이터센터 였습니다. 거캐피탈에서 소개한 곳은 네덜란드 수도인 암스테르담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인 ‘아그리포트(Agriport A7)’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입니다.
먼저 아그리포트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고 넘어 갈게요. 다들 ‘스마트팜(smart farm)’이라고 들어 보셨죠? 스마트팜은 미래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데요. 최근 제가 만나는 부동산업계 분들 중에서도 스마트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참고로 일본의 부동산 회사 미쓰이 부동산과 미쓰비시지쇼는 최근 농업 분야에서 신 사업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호주에는 농업에 투자하는 ‘루랄펀드그룹’이라는 리츠도 있을 정도니 부동산과 농업과의 사이가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는 않기도 합니다.
얘기가 길어졌네요. 다시 아그리포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아무튼 아그리포트는 일종의 스마트팜 입니다. 약 1,000헥타르(ha)에 달하는 유리온실에서 파프리카와 토마토 등 농작물을 재배하고 생산, 가공, 유통까지 하고 있는데요. 온실 관리부터 수확까지 모두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식물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스마트팜 아그리포트 이야기는 아니고요. 이 아그리포트 안에 지어진 데이터센터 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아그리포트 내에 40ha에 달하는 부지를 매입해 지난 2014년부터 데이터센터를 건설했는데요. 몇 달 전 데이터센터 강의를 해준 거캐피탈 관계자가 바로 당시 MS에서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친환경’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아그리포트가 위치한 미던메이르 지역은 땅값이 싸고 데이터센터 서버 장비 냉각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온천수원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친환경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참고로 네이버가 세종에 짓는 데이터센터가 전략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아그리포트의 MS 데이터센터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고 하네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기관투자자들이 ESG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흐름을 볼 때 향후 데이터센터 개발 시에도 친환경 이슈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최근 삼성증권 이경자 연구위원이 발간한 부동산 ESG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리츠인 ‘에퀴닉스(Equinix)’는 최근 오는 2030년까지 자사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을 100% 청정 에너지에서 만들어진 전략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죠.
더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_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비가 엄청나다고 알려져 있죠. 따라서 데이터센터 개발 시에는 전력을 어떻게 끌어올지가 관건 입니다. 특히 데이터센터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상당 부분은 서버 냉각을 위해 쓰이는데요. 그래서 최근 해외에서는 데이터센터를 남극이나 북극과 같은 극지방에 건설하거나 아예 해상에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Nautilus Data Technologies에 따르면 해상 데이터센터는 육상 데이터센터 보다 전력을 30% 정도 적게 소모한다고 합니다. 이에 사모 부동산 펀드와 공모 상장 리츠(Keppel DC REIT) 등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케펠(Keppel)은 지난 4월 호주의 톨 그룹(Toll Group)과 플로팅(floating) 데이터센터 타당성 검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죠. 케펠은 현재 싱가포르 해양 물류 기지를 활용해 플로팅 데이터센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