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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Oct 21. 2019

2년 전 상상했던 프로젝트_가로수길 '가로골목'

이지스운용과 기관투자자들은 가로수길을 어떻게 바꿀까

신사동 가로수길 '가로골목'에 다녀왔다. 출장에 여러 일이 겹쳐 오프닝 때도 못 가고 갈 기회가 없었는데 지난 14일 낮에 다녀왔다. 이지스자산운용 사람들과 PM을 맡고 있는 한기룡 VERY&MUCH 대표님, 준비 중인 2호 프로젝트 함께 하는 건축설계사무소 WISE까지 만나고 왔다. 가기 전에는 주로 밤에 찍은 사진을 많이 봤는데 낮에 가길 잘한 것 같다. 사진으로 본 가로골목의 밤도 매력이 있었지만 첫 만남은 낮에 하길 잘한 것 같다.

가로골목은 인사동 쌈지길이 이어진 길다. 기사를 찾아보니 2년전 이맘때 이지스자산운용과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나눴다. 이지스운용이 가로수길에서 준비하는 쌈지길 프로젝트. 가로골목이 있던 자리는 원래 스와치 시계 가게가 있던 곳이다. 2년전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야기를 나누며 상상을 했는데 벌써 2년이 지났다.


가로골목의 탄생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있었던 것 깉다. 우선 이지스자산운용. 많은 운용사들이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분명 아니다. 회사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내가 간과한 부분이 하나 있는데. 지난 14일 이지스운용 팀과 점심을 먹으면서 그 부분을 깨달았다. 함께 하는 팀원들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당장의 이익이 아닌 길게 보고 가는 프로젝트에 대한 팀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당연한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요즘 같이 갖가지 유혹이 많은 부동산자산운용 시장에서는.


그리고 김찬중 더시스템랩의 김찬중 건축가와  VERY&MUCH의 한기룡 대표. 이 두 분은 곧 팟캐스트에 모실 예정이기도 하다. 지난 9월 약속을 잡았는데 다들 워낙 바쁜 사람들이라 잠정적으로 11월로 연기됐다. 김찬중 건축가는 쌈지길을 설계한 최문규 건축가의 제자이기도 하다. 쌈지길과 마찬가지로 가로골목도 계단이 아닌 비스듬히 기울어진 길 '램프'를 통해 저층부와 상층부를 연결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가로골목에는 김찬중 건축가뿐만 아니라 그의 스승인 최문규 건축가의 생각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쌈지길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갈 때는 계단을 거쳐야 한다. 몇 달 전에 애기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간 적이 있는데 위로 올라가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반면 가로골목의 경우 일층과 이층을 연결해주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가로골목을 보면서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오모테산도 힐즈도 떠올랐다. 이날 한기룡 대표님은 직접 현장에서 만나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곧 팟캐스트에서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가로골목의 길. 저층부와 상층부를 이어주는 비스듬한 경사의 길이 건물 안과 밖을 넘나들며 이어져 있다. 통상적으로 건물 1층과 2층은 임대료 차이가 나게 마련인데 이 길 덕분에 임대료 차이가 줄고, 평당 효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가로골목에 들어선 임차인은 모두 34개.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3개월 후에는 전부 바뀌게 된다. 리테일 시장의 흐름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3개월 마다 새 모습으로 다가올 가로골목에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참고로 쌈지길은 기본 계약 기간이 1년이다.



가로골목 프로젝트에는 부동산 디벨로퍼 '네오밸류'도 참여했다. 가로골목은 이지스운용과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해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네오밸류는 개인 지분을 다시 사들여 들어왔다. 가로골목이라는 이름은 네오밸류에서 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이지스운용과 네오밸류는 다른 프로젝트에도 함께 참여한 적이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다. 가로수길의 모든 건물들이 목을 빼고 자신을 알아봐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가로수길에 위치한 건물들의 1층은 참 화려하다. 반면 가로골목은 그 반대다. 가로골목은 가장 화려해야 할 1층을 비워뒀다. 비워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라고 해야할까.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이 공간에 들어오면 가로수길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공간이 주는 매력이 느껴진다. 물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가로골목이 이 같은 전략을 택한 데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가로골목 앞을 다른 건물이 막고 있기 때문이다. 가로골목에는 현재 평일에 평균 2,000명, 주말에는 1만명에서 1만 2,000명 정도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이날 한기룡 대표님과 짧게 몇 마디 나눴는데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요즘 뜨는 리테일러들은 아무 곳이나 들어가지 않습니다. 매력적인 공간을 찾아 들어갑니다."




가로골목 루프탑의 풍경들


가로골목의 가을


이지스운용은 가로수길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가로수길은 이제 막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가 시작되고 있는데 앞으로 이지스운용을 비롯한 기관들이 가로수길을 어떻게 바꿔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107899


2년 전에 썼던 기사다. 당시 계획대로 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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