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귀 막은 국토부
지난 2월 서울 프라퍼티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통해 리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행보에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리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국토부는 리츠 활성화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관심하기만 하면 오히려 낫다. 최근 국토부는 무관심을 넘어 오히려 리츠 활성화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리츠 활성화는 커녕 어떻게 하면 리츠업계의 발목을 잡을지를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다. 리츠업계와 소통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에 리츠를 도입했지만 20여년 가까이 리츠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18년부터 상장 리츠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는 SK와 같은 대기업들도 리츠 상장을 추진하면서 리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여년 만에 리츠 시장을 활성화시켜 개인투자자들에게 노후에 적합한 투자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국토부는 리츠 활성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국토부는 LH를 포함해 교보자산신탁, 대림AMC, 대한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 5개사의 6개 임대주택 리츠 프로젝트를 경찰에 고발했다(원래 검찰 고발 사항이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수사를 하게 됐다.). 이들 회사들이 부동산투자회사법 제25조 1항을 어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25조 1항은 아래와 같다.
제25조(자산의 구성) ① 부동산투자회사는 최저자본금준비기간이 끝난 후에는 매 분기 말 현재 총자산의 100분의 80 이상을 부동산, 부동산 관련 증권 및 현금으로 구성하여야 한다. 이 경우 총자산의 100분의 70 이상은 부동산(건축 중인 건축물을 포함한다)이어야 한다.
리츠의 총 자산 중 70% 이상이 부동산이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문제는 임대주택의 경우 보증금을 받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70% 규정을 어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에 70%룰을 어겼다고 고발당한 것도 모두 임대주택리츠다. 제도적으로 임대주택 리츠의 특수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미비한 부분이 분명 있으며, 리츠업계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다만 임대주택리츠도 현 제도를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임대주택 리츠는 보통 기금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상환하고 70% 룰을 맞춘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일단 룰을 어겼다며 고발부터 하고 나섰다. 제도적인 미비로 인한 문제이지 시장을 흐릴 중차대한 이슈도 아닌데 말이다. 리츠AMC는 물론이고, 리츠 운용역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또 한가지 문제는 국토부가 리츠 AMC를 경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업계와 전혀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경우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소명할 기회를 준다. 그런데 이번에 국토부가 리츠 AMC를 고발하는 과정에서는 그러한 절차가 전혀 없었다. 금융회사 직원들의 경우 검찰이나 경찰 조사를 받고 밑줄이 그어지면 향후 경력 관리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업계와 한 마디 대화도 없이 경찰에 고발부터 했다.
더군다나 국토부 토지정책관, 부동산산업과장이 바뀐 후 지난 2월 15일 국토부와 업계는 처음으로 간담회를 가졌다.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무부처와 리츠업계의 소통을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불과 한 달 후인 3월 중순 국토부는 일언반구도 리츠 AMC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쯤되면 국토부 부동산산업과는 존재의 이유를 망각한 것 같다. 국토부가 리츠업계 활성화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을 내팽겨쳤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국토부에 대한 리츠업계의 신뢰도 바닥이다. 국토부가 업계와 소통하기는 커녕 뒤통수를 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가 계속해서 강조해온 리츠 활성화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고로 임대주택리츠는 지난 정권 당시 국토부가 뉴스테이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거 만들어졌다. 정부가 뉴스테이 확대를 위해 임대주택리츠 설립을 적극 장려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 쓴 서울 프라퍼티 인사이트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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