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채널 'SPI가 들려주는 리츠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서울 프라퍼티 인사이트(SPI)와 제 브런치를 통해 소개하는 리츠 관련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매체인 SPI는 기본적으로 멤버십으로 운영되며, 일부 FREE로 제공되는 콘텐츠를 SPI가 들려주는 리츠 이야기를 통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제 브런치에는 독자들이 리츠를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올릴 예정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 코너의 이름은 '리츠를 통해 도시를 관찰합니다'로 정했습니다.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는 매년 한 번 이상은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갔습니다. 특히 건설부동산 분야와 리츠를 취재하고 난 이후에는 여행의 깊이가 더 깊어지고, 더 즐거워졌습니다. 제가 여행하는 도시와 공간을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뉴욕이나 싱가포르, 도쿄, 시드니를 찾았을 때 익숙한 부동산 회사의 이름을 발견할 때면 반갑기도 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리츠를 어려워하는 투자자들이 리츠를 좀 더 친숙하게 느끼고, 우리가 사는 도시와 공간을 관찰하는 즐거움도 느끼길 바랍니다.
신한알파리츠는 한국 상장 리츠 시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상장 준비 단계에서부터 시작해서 상장 후 IR과 신규 자산 편입, 운용역의 역량 등 모든 측면에서 한국 상장 리츠가 가야 할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8월에 상장한 신한알파리츠의 상장 당시 기초자산은 판교 '크래프톤타워'와 용산 '더프라임타워'였다. 이 중 크래프톤타워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판교의 성장과 함께 한 대표적인 자산이다. 지난 8월 상장한 크래프톤의 본사 건물로 판교 중심지인 판교역에 위치하고 있다. 판교 오피스 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자산이기도 하다. 판교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기업들이 고속 성장하면서 수년 간 공실률이 제로를 기록할 정도로 오피스 시장의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다. 신한알파리츠의 주가에도 이 같은 판교 오피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다.
지금도 판교역은 공사가 한창이지만 신한알파리츠가 상장할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휑했다. 신한리츠운용이 크래프톤타워를 인수할 당시에는 6-4구역으로 불렸는데 판교 알파돔시티 프로젝트의 10개 블록 중 하나였다. 따라서 크래프톤타워가 탄생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파돔시티 개발 사업을 알아야 한다.
알파돔시티 개발사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마지막으로 추진됐던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다. 2007년 말 사업 시작 직후 금융위기가 터지는 등 부동산경기가 악화되면서 사업 초기에 어려움을 겪어 좌초될 뻔 했으나 지방행정공제회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끌고 나가고, 이후 판교의 주거와 오피스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극적으로 살아난 프로젝트다.
사실 대부분의 공모형 PF 사업들이 원래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사업 구도상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알파돔시티의 경우 건설사(CI), 재무적투자자(FI), 전략적투자자(SI) 등 무려 17개 기관이 참여했는데 각자 생각이 다 달랐다. CI는 시공이익만 챙기고, FI는 대출 이자만 신경썼다. 서로 목적이 다르다 보니 프로젝트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알파돔시티도 다른 공모형PF와 마찬가지로 한때는 실패한 프로젝트로 평가받았다. 실제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행정공제회가 판교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새로 구도를 짰다. 건설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1단계로 6-3블록은 행정공제회, 6-4블록은 LH가 건물을 선매입하고, 7-2블록 땅은 현대백화점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백화점 부지의 경우 애초 알파돔시티PFV 출자자로 참여한 롯데건설 계열의 롯데백화점이 유력했지만 현대백화점을 유치해 고급 이미지인 현대를 끌어들였다. 이어 2013년에 분양한 주상복합 알파리움 아파트가 당시 분양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고 4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추진력을 얻었다. 이후 알파리움타워와 6-1, 6-2, 6-3, 6-4 블록 매각 당시에는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손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을 비롯해 아센다스·ARA·M&G·신한금융그룹·미래에셋대우 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등 판교를 대하는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 또 현재 개발이 진행중인 6-1구역과 6-2구역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입주할 예정이다. 오는 2022년이면 알파돔시티 프로젝트가 완공되는데 그렇게 되면 알파돔시티는 명실상부한 판교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래프톤타워는 바로 이 알파돔시티 프로젝트의 6-4구역이었다.
신한이 6-4구역을 확보한 건 2017년 말이다. 앞서 신한금융그룹은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신한리츠운용을 설립하고 첫 상장 리츠를 선보이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6-4구역은 신한이 선보일 첫 상장 리츠의 대표자산으로 선정됐다. 애초 이 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국내 상장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자산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다. 애초 LH는 6-4구역을 매각하면서 LH가 주요 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만들기 위해 에쿼티 20% 정도를 직접 출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LH가 상업용 부동산에 직접 출자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출자가 무산됐다.
당시 입찰에는 신한리츠운용을 포함해 제이알투자운용,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신탁 등 4개 사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신한리츠운용은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으며, 게임회사인 블루홀(현 크래프톤)을 임차인으로 유치해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신한이 제시한 가격은 3.3㎡당 1,720만원, 총 5,182억원이었다. 참고로 최근 거래된 6-1구역은 3.3㎡당 2,700만원 수준이고, 매물로 나와 있는 알파리움타워는 3.3㎡당 3,00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응답하라 1988’ 마지막회에는 덕선이네가 판교로 이사를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덕선이네가 판교로 간다고 하자 이삿짐센터 직원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 농사지으러 가는 거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지금은 잘나가는 IT 기업들이 몰려 있는 판교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판교는 논밭이 있고 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난 1975년 남단녹지로 지정된 후 개발제한구역에 준하는 관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1기 신도시인 분당을 개발할 때도 판교는 제외됐다. 판교 개발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다. 1998년 5월 성남도시기본계획이 승인되면서 판교 지역이 개발예정용지가 됐고 성남시가 1999년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판교개발 기본구상’을 연구하면서 판교 개발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수도권 난개발을 방지하고 수도권 남부 주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택지 개발이 추진되면서 판교가 후보지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판교는 처음부터 1기 신도시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2003년에 수립된 기본 개발목표에도 ‘수도권의 택지난 해소를 위한 신주거 단지 조성’과 함께 ‘산업기반제고를 위한 도시지원시설 조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벤처업무 기능을 중심으로 수도권 동남부의 업무 거점 역할을 기대하며 조성됐으며, 서울 업무지구의 이전 가능성도 높은 지역으로 평가됐다. 서울 중심에서 20㎞, 강남에서 10㎞ 떨어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우려도 있었다. 판교 개발 사업의 시행자인 경기도·성남시·대한주택공사·한국토지공사 등이 2003년 4월에 진행한 ‘성남판교지구 택지개발사업 기본구상 및 개발수요 분석 연구’ 회의록을 보면 당시 참여한 한 교수는 “판교 업무지구 벤처단지도 분당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IT 기업들의 반응도 미적지근했다. 2003년 1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판교 지구에 대한 선호도는 7.3%에 불과했다. 특히 IT 기업보다 건설업체들의 선호도가 더 높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2010년 이후 IT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판교는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됐다. 카카오가 2012년 강남에서 판교로 본사를 옮겼고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2013년 강남에서 판교로 넘어왔다. 또 같은 해 네오위즈게임즈는 분당에서 판교로 이전했으며, 분당에 본사를 둔 네이버도 직원 수가 늘어나면서 판교로 사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알파돔시티 6-1구역과 6-2구역을 각각 사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판교 전성시대다. 여기에 향후 판교 제2 테크노밸리와 제3 테크노밸리까지 조성되면 판교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판교에 위치한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 리츠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해서는 향후 별도로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