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남기는 기록이다. 최근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 대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고, 때로는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그에 대한 내 생각의 일부다.
우선, 한국은 참 차분히 대화를 하기가 힘든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여론의 쏠림 현상도 심하고, 하나의 현상을 다면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꼭 어느 곳이랑 상대적인 비교를 하는 게 아니다. 나 역시 다른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깊이 있게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 본 경험이 없기에 비교하기는 힘들다. 그냥 지금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생각이다.
안타까운 건 언론, 혹은 주변의 누군가가 갈등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누가 옳고, 틀리다는 식으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야기를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고, 쓸 수 있는 표현도 많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그리 간단한가.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고, 배경이 있다. A가 B를 했다라는 식의 간단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여러 얽혀 있는 이해관계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여러 배경을 이해하고 표현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골라 한줄한줄 신중하게 써야 하는 글도 있다.
최근에는 '밀레니엄 힐튼 호텔'이 그랬다.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썼다. 특히, 지난 11일에 쓴 기사는 오랫동안 김종성 선생님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눠왔기에 쓸 수 있었다. 그럼에도 표현 하나하나가 선생님께 누가 될까봐 그 어느 때 보다 신중하게 썼고, 표현 하나하나 선생님께 의견을 물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를 이야기하려면 김종성 선생님과의 인연을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
김종성 선생님과의 인연은 2017년부터다. 당시 SK서린빌딩을 취재하면서 서울대에서 특강을 하고 계시던 선생님을 만났고, 이후 선생님이 GBC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두 달에 한번 꼴로 한국을 찾으셨는데 그때마다 선생님과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김종성 선생님을 처음 만나고 쓴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2995211
건축에 대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냥 선생님을 뵙는 것 자체가 좋았다. 어떤 때는 조식을 했고, 어떤 때는 저녁을, 어떤 때는 팟캐스트를 녹음했다. 지난 11월 서울 방문 때도 세 번 정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을 한번 만나본 사람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삶에 대한 철학, 인생을 대하는 태도 등 여러면에서 배울점이 많은 분이다.
선생님은 팟캐스트에 가장 많이 출연하신 분이기도 하다. 서울에 오실 때 마다 선생님을 모셨다. 선생님에 대한 글도 좋지만 가능하면 선생님의 목소리를 많이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번에 서울을 방문하셨을 때도 집에서 가까운 사무실을 만드는 집무실과 선생님을 함께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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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힐튼 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선생님과 처음 나눈 건 지난 5월이다. 밀레니엄 힐튼 호텔 매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를 했다. 그간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선생님의 의견을 여쭸다. 당시 이지스 담당자에게도 선생님을 한번 만나보면 어떻냐고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6개월의 시간이 흘러 지난 11월 때마침 선생님이 한국에 오셨고, 이지스도 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만나게 된 거다.
선생님과 밀레니엄 힐튼 호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들(이지스)의 생각을 알지 못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고, 이지스에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와도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에 이지스와 선생님이 서로를 이해하기도 전에 주변에서 선생님과 이지스를 대립 구도로 계속 몰고가는 게 불편했다. 선생님과 이지스의 접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주변에서 대립 구도를 만들고 갈등을 부추기는 게 싫었다. 앞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이슈들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단순히 나눌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이해관계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면적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할 이슈들이 많다.
최근에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들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우선은 이 정도로 기록해두고 싶다.
서울 프라퍼티 인사이트(SPI)는 구독 모델로 운영되지만 아래 글은 김종성 선생님과 밀레니엄 힐튼 호텔,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이해했으면 해서 전체 공개로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