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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Jan 01. 2018

몰랐다.

모른다.


2017년 1월엔 몰랐다. 사업을 그만둘지 몰랐다. 레슨을 많이 하게 될지도 몰랐다. 기타를 못 칠 정도로 손목이 아프게 될지도 몰랐다. 배가 나올지 몰랐다. 권이가 다칠줄 몰랐다. 이사를 가게될 줄 몰랐다. 하루에 두 시간을 강변북로에 내다 버릴줄은 몰랐다. 생각이 더 많아질 줄은 몰랐다. 한강을 감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서울 한 복판에 내가 10년이나 살게될 줄은 몰랐다. 차 사고로 뒤에서 두 번이나 받힐 줄은 몰랐다. 1년 동안 세차를 세 번만 할 줄은 몰랐다. 지하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낼줄은 몰랐다. 


매일매일 살아가는 것이 하루하루 성숙해진다는 것임을 몰랐다. 현재에 집중하느라 2018년이 오는지도 몰랐다. 사업 청산이 이리도 길고 오랫도록 이어지는 줄도 몰랐다. 시야가 좁아진줄 몰랐다. 별을 보고 길을 찾는 방법을 몰랐다. 멈출줄을 몰랐다. 시발시발거리며 매일매일 해 내고 있다는걸 몰랐다. 상처주고 있다는걸 몰랐다. 알량한 지식 정도로 삶을 논할수가 없다는걸 몰랐다. 책을 읽고 써도 허접한 인간일 수 있다는걸 몰랐다. 입 바른말 하는 사람들이 뒤통수 치는것도 몰랐다. 그게 나라는 것도 몰랐다. 


그러니 2018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길이 열릴지 안 열릴지도 모른다. 더 망할지 더 잘 될지 모른다. 계획이 틀어질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더 심하게 틀어질지 모른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지도 모른다. 끝없이 밑으로 추락할수도 지금정도만 할지도 날개를 달고 날아 오를지도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몰라도 괜찮다. 불확실을 확실로 바꾸는게 삶이 아니라 불확실에도 발을 옮기는게 삶이기 때문이다. 그 발을 어디로 옮기게 될지도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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