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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Dec 27. 2017

나날들, 낱알들

나에게.


즐거움이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서

단 하나 즐거운 게 있다면 그건 아이와 함께 노는 거라고 생각해.

세상이 즐겁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내가 즐겁지 않기 때문인 거 알지.  

오늘도 아침부터 그랬어. 

괜스레 강변북로는 맑고 깨끗하더라.

나를 배반이라도 하는 것처럼 맑고 선명한 날씨가 베풀어져 있고 

그 와중에도 나는 심각한 전화 통화를 하며 상심하지 말라는 위로를 받았어.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상심한 적이 없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그게 더 상심이 돼.

맑은 날은 밉더라.


여러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일은 꼬일 대로 꼬여가는구나 싶었는데

그게 밤까지 이어졌어. 

이 시간, 한 밤 중이 되었는데 더 착잡한 거야.

아이를 학교에서 데리러 와 집에서 말판 게임을 하는 오후 내내

그게 너무 즐겁고 재밌는 거야.

저녁 먹이고 씻고, 다시 놀고, 아내가 올 때까지 정리하고 놀고

설거지하고 그런 게 좋더라. 

어지러운 마음도 사라지고 좋았던 것 같아.


그렇다고 하루의 일들이 멀어진 건 아니잖아.

이런 나날들이 7개월이나 이어졌는데 아직도 먼 것 같아. 

하루하루의 나날들이 모이면 어느새 1년, 2년이 모이는데

이렇게 작은 낱알들을 재미없게 보내는 건 

모아봐도 쭉쩡이.

바람 불어 흩어지면 사라질 것은 인생이나 쭉쩡이나 똑같아.

유난히 맑았어도 공기는 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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