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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Feb 26. 2018

완주


햇볕이 진하게 내려오는 따뜻한 오후가 되면 볕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그늘에 드러누워 손으로 온기가 느껴지는 바닥을 만지작 거린다. 그대로 몇 분가량 누워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풀어두면 천천히 생각이 이완된다. 오늘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작년 말부터 일이 바빠서 여유를 즐길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바닥에 누워 두 시간을 잤다. 새끼고양이가 내 엄지 손가락을 무는 꿈을 꾸어 잠에서 깨어났지만 그러고도 오랜시간 누워있었다. 해는 기울어져 멀리 도망쳐 있었고 내 생각도 여전히 멀리 도망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사는게 뭘까'를 생각하다보면 언젠가는 정리가 될 줄 알았다. 그렇게 10년이 되었지만 정리라는건 불가능하다. 단순화되지 않고 삶의 얇은 단편을 그저 이렇게 더듬거리면서 만져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생각한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몸으로 연습하는 것 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쫓아갈 수 없고 멈춰 있다고 해서 못 쫓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목표라는걸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바라는 것의 과정만 준비를 한다. 이걸 통해 다음에 어떤걸 만나게 될지를 기대하는 편이다. 


사실 지난 일주일간 올해 남은 10개월 동안의 계획을 타이트하게 준비했었다. 자다 깨어 멀뚱히 누워 눈을 껌뻑거리면서 이제 그러지 말자고 생각했다. 드러눕기를 더 많이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고, 읽으며 생각하기에 더 힘쓰자 생각했다. 뛰지 말고 걸어도 괜찮고 그렇게 완주를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완주하지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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