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sf를 가장한 소시오패스 간접경험 드라마
소시오패스라는걸 겪어본 적이 없었다. 책이나 성격 관련 자료들에서나 조금 봤을 뿐이고 머리속이 어떤 사고 구조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살면서 나를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아니 고등학교때 한 친구가 있었다. 1학년때는 그냥 그런가 했는데 고3이 되자 걔 주변에는 친구가 없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는 선생님들도 다 알고 있었다. 공부만 잘하면 뭐하느냐는 얘기를 다른 반에 와서도 했었으니까. 그 아이는 자기가 필요할 때만 거래를 했다. 거래. 그게 참 이상했다. 자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경우에는 언제나 친절했고 거기에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이 친구와 저 친구의 사이에서 자신은 언제나 빠져 나가고 상대는 서로서로 못믿을 쓰레기가 되든지 아니면 이용만 당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쨌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였고 그게 아니면 이해타산을 따진 후 철저히 외면했다. 혹은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곧 들킬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했고 그렇게 학교에서는 고립됐다. 물론 나야 소심했으므로 한 두번 겪은 후 멀리했었다.
그러다가 '로스트 인 스페이스'를 보면서 다시 그때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지. 이런 사람이 있었지. 이 사람은 어떤 상황이든 사람들 교묘히 다룰 줄 알고 조작할 수도 있다. 한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정색을 하며 소름끼친다고 했다. 소시오 패스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스미스박사의 캐릭터가 어떤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본인의 위험을 탈피하는 법을 알고 자신의 의도에 맞게 사람들을 조종한다. 보는 내내 문제가 됐던 것은 고등학교때 그 친구였다. 다시금 생각나서 기분이 좀 그랬던 것이다. 뭐랄까 다른 캐릭터들은 캐릭터의 성향이 만들어지는데 몇 화의 시간이 들어가지만 이 캐릭터(닥터 스미스)는 정말 시작부터 완성된 캐릭터라서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런 캐릭터가 없으면 드라마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위기를 만들고 서로를 이간질 하면서 과정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닥터 스미스가 끝까지 그렇게 만들어 나간다. 소시오패스가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서 움직이고 활동하는지 보고싶다면 스미스 박사를 소개하고 싶다.
스토리의 묵직함이 여기에서 나오게 되는데 문제는 이 캐릭터 외의 다른 캐릭터들은 설명이 너무 부족하여 행동의 개연성이 없거나 가볍다는 것이다. 가족애인지 아니면 러브라인인지, 깊은 캐릭터가 아쉽다. 그래도 중반이면 설정들이 안정되면서 스토리 진행이 좀 나아진다. 그 외의 모든 SF적 설정들은 그냥 감안하고 보는 것이다. 어찌됐건 나에게 있어서 SF라면 무엇이든 용서가 되기 때문. 원래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SF드라마이고 이미 1965년도에 나왔던 동명의 드라마를 1998년도에 영화로 한편 나왔다가 넷플릭스에서 2018년에 시즌 1으로 공개했다. 고전 중의 고전. (유튜브에 1965년작이 업데이트 되어 있지만,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