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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Apr 21. 2018

서점의 목적

그래서 하고 싶은 말, 

물론 치킨집은 이보다 더 많고 카페는 더더욱 많지만, 서점도 적은 수는 아니다. 2018 서울시 책방 지도의 마포구, 서대문구 서점들의 위치를 살펴보면 (없는데도 많다. 글벗서점은? 헬로인디북스는? 사슴책방은? 이번에 다시 이사온 피노키오는?) 간격 넓게 오밀조밀 잘도 모여있다. 때문에 요 며칠은 페이스북에서 서점을 뒤적거렸다. 최근 1년 사이에 생긴 동네 서점들이 줄잡아 백여 곳은 넘는게 아닌지 놀라면서 말이다. 보이는대로 좋아요를 누르고 있지만, 새로운 서점들이 계속 뜬다. 그리고 타임라인을 보면서 한 번 더 놀란다. 제목을 가리면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똑같은 책을 소개하고 몇 시에 열고 몇 시에 닫는지를 공지한다. 


책을 판매하고 +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 마켓도 하고 + 독서 클럽을 하거나 + 작가 번개를 하고 + 세미나를 판매하고 +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 전시를 하는 것이 요즘 책방의 주요 업무이자 전부이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연남동에 새로 생긴 서점이 하나 있다며 사진을 보냈다. 잠깐 계산해 보니 한 달에 7-800권은 팔아야 월세 내고 100만원 가져가겠구나 싶었지만 알고보니 돈 많은 곳에서 운영하는 서점이었다. 깔끔하게 차려진 세련되고 작은 서점이다. 우리가 굳이 책을 거기(동네서점)에서 사야하는 이유는 뭘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주인장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서점은 그저 깔끔한 빈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어디서든 살 수 있는 책을 (할인도 하지 않고 파는데) 굳이 동네 서점에서 사게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동네 서점은 이 부분이 회의적이다. 구색을 다양하게 갖추기가 어렵고 많은 판매를 끌어내기도 어려운 구조이다. 그리고 공간의 한계로 인해 책도 많이 가져다 두지 않는다. 그래서 이것저것 잡화와 다양한 액세서리들을 함께 취급해주면 조금 매출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사람이 와야 말이지. 그러니 그저 서점의 책이 좋아서 오픈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좋기만 할뿐 이내 현실과의 거리감 때문에 며칠 안 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메세지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메세지를 계속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북트에도 분명 메세지가 있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8개월 닫아두고..) 내가 지난 10년간 해왔던 일은 사람들에게 나의 메세지를 던지는 일이었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래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고. 그저 보여준다. 그래서 메세지는 "하고싶은 말"이다. 내가 서점을 통해 세상에 하고싶은 말. 매장의 컨셉이라는 것도 메세지, 즉 내가 하고싶은 말을 자신의 색깔로 입히는 작업이다. 그게 없다면 인테리어 업자에게 맡겨서 어디선가 봤던 서점이 탄생하게 되고, 자신의 색깔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색깔이 섞이며 점점 회색이 되어간다. 그저 책만 파는 곳으로 남기 위해 독립서점을 하는 것은 아니잖는가. 


북트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컨셉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만들어가는 과정도 직접한다.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라는 의미를 담는다. 그리고 입구의 문을 녹색으로 칠했다. 오헨리의 단편소설 중에 녹색문이라는 소설이 있다. 우리 삶은 우연을 통해 모험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내용의 짧은 소설이다. 서점 입구를 들어올 때 이런 일들이 벌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곳을 우연히 들어왔다 하더라도 이것을 시작으로 당신은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삶을 모험으로 만들자는 것이 서점 입구에 담겨있는 의미이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사실 이것보다 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내가 서점을 통해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작가가 되라." 인 것이다. 진행할 프로그램들도 모두 이것으로부터 의미부여가 되어 출발한다. 


지금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서점을 제대로 운영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현재의 일들이 잘 마무리 되어 서점을 제대로 만들어가고 싶다. 그게 앞으로 나의 할 일이고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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