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목 Apr 23. 2018

일상이 중요한 이유

일에 매몰되는 일상

삶이라는 것이 거대한 목표를 이루거나 큰돈을 벌어야 완성되는 것이었다면 나는 애초에 공부라는 고통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공부는 고통이었으니까.) 다행히 삶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없으니 나는 즐겁게 내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건강한 삶이라고 한다면 사는데 지장이 없는 적당한 수입과 적당한 여가시간, 그리고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말로 워라밸) 문제는 언제나 이 균형이 조화롭지 않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수입을 만들기 위한 노동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적절한 균형이 깨지면서 삶의 대부분이 일로 가득 차게 되어 삶은 점차 삭막해지고 사막화되어간다. 여행을 가도 회사에 진저리를 치며 도피하듯 다녀오고, 책을 읽을 시간도, 여유롭게 드라마를 보며 감동에 젖을 시간도, 가족들과 즐거운 여행을 길게 보낼 시간도 없다. 일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쫓기듯 여가를 소비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일에 매몰된다. 한국 사회가 그런 구조이다. 돈을 벌지 않으면 안정적이지 않다는 불안감이 오랫동안 학습되면서 일에 더 집중하게 되고 일을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 


그렇게 돈을 벌어도 정작 삶의 빈 구멍들은 돈으로 채울 수가 없다. 채워지지 않는다. 채워본 적이 없으니까 스스로는 채울 수 없다. 그래서 삶을 가꾸기 위해서는 일상의 소소함을 찾아 삭막해진 마음에 물을 줘야 한다. 책으로 씨를 뿌리고 글을 써서 양분을 쌓아주고 일상을 가꾸어 묘목으로 성장시키고 울창한 삼림으로 만들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삶은 가꾸는 만큼 풍성해지고 뿌리는 만큼 아름다워진다. 돈을 조금 덜 벌고 일상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이다. 

작가의 이전글 서점의 목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