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외적 영향력이 없었지만 견기디도 힘들고 앉아있는 것조차 답답한 날. 오로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만 의지해서 하루를 버티는 그런 날. 높고 파란 하늘을 바라볼 새도 없이 이미 깜깜한 밤이 된 하늘을 쳐다볼 생각도 없이 퇴근하는 날. 천근 만근 몸을 지하철 손잡이에 기대 고개를 떨구고 멍해지는 날. 집에 왔는데 텅 비어있는 날. 자도 자도 피곤한 날. 하루 종일 비나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날.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밖으로 해외로 뛰쳐 나갔는데 정작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 날. 하루종일 공들였던 일이 허공으로 날아간 날. 치킨을 시켰는데 닭다리가 하나 모자란 날. 새벽에 눈이 떠져서 잠을 이룰 수 없는 날. 고작 한끼 식사인데 누군가가 떠올라 눈물을 감출 수 없는 날. 작정을 하고 운동을 하려 했지만 게으름과 다투고 있는 나를 발견한 날. 무기력하다고 느꼈지만 생각보다 더 무기력한 나를 발견하는 날. 읽을 책을 고르지 못하는 날. 생각보다 배가 나온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