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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Jul 01. 2018

그런 날이 있다.

아무런 외적 영향력이 없었지만 견기디도 힘들고 앉아있는 것조차 답답한 날. 오로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만 의지해서 하루를 버티는 그런 날. 높고 파란 하늘을 바라볼 새도 없이 이미 깜깜한 밤이 된 하늘을 쳐다볼 생각도 없이 퇴근하는 날. 천근 만근 몸을 지하철 손잡이에 기대 고개를 떨구고 멍해지는 날. 집에 왔는데 텅 비어있는 날. 자도 자도 피곤한 날. 하루 종일 비나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날.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밖으로 해외로 뛰쳐 나갔는데 정작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 날. 하루종일 공들였던 일이 허공으로 날아간 날. 치킨을 시켰는데 닭다리가 하나 모자란 날. 새벽에 눈이 떠져서 잠을 이룰 수 없는 날. 고작 한끼 식사인데 누군가가 떠올라 눈물을 감출 수 없는 날. 작정을 하고 운동을 하려 했지만 게으름과 다투고 있는 나를 발견한 날. 무기력하다고 느꼈지만 생각보다 더 무기력한 나를 발견하는 날. 읽을 책을 고르지 못하는 날. 생각보다 배가 나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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