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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Jul 01. 2018

사람은 달이다.

어느 날은 자신의 전부를 들어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날은 일부 밖에는 볼 수가 없다. 태양이 뜨는 낮에는 온 몸을 숨기고, 우울한 밤이 되기 시작하면 이렇게 저렇게 몸을 기울이며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모습이 나와 같다. 나는 달을 찍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오랫동안 사진을 찍었지만 달을 찍어본 기억이 없다. 모르지. 어딘가의 내 사진에 달이 찍혀 있을지도. 그것과 마찬가지로 내 얼굴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셀카라는건 좀처럼 찍지 않는다. 나를 보는 것은 세수할 때 뿐이다.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하루에 한 두번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하늘을 볼 때가 별로 없으므로 달 보다는 내 얼굴을 보는 날이 더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나를 모른다. 내가 달을 모르듯이.  


안다는 것은 지식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 키가 180cm이고 못생겼다는 것과 영상을 찍어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은 일종이 지식이다. 그 영상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려본 사람들이 그 영상을 백 번을 돌려봤다고 하여 나를 안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겪어본 사람만이 나를 알고 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심하게 겪어본 나의 어머니와 아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 그러나 종종 나는 나를 모르겠다. 아니 살아오는 내내 내가 나를 모르고 줄곧 몰라왔다. 외면을 한 적도 있고 굳이 내가 아닌 척하며 살기도 했다. 그러니 나를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진짜 나를 아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볼 뿐이다. 내가 본 적 없는 나의 모습을 말이다. 서로 다른 것을 보고 그것을 달이라고 부른다. 안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 표현해도 사실 얘기는 통한다. 할머니가 나를 아가라고 부르고 레슨생들이 나를 켄지라고 불러도, 편집장님이 주인장님이라고 꼬박꼬박 님자를 붙여서 불러도 이 많은 호칭들이 내가 아닌 것은 아니다. 나는 달이 같은 위치에 있듯 언제나 같은 곳에 있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무심히 삶을 바라볼 것이고. 나는 172c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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