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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Jul 01. 2018

쓴다는 것


노트를 샀다. 평소에 즐겨쓰는 노트가 있는데, 무려 일본에서 만든 노트가 있길래, 180도 접히기도 하고 해서 이번에는 이것으로 구매했다. 노트는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한다. 하나는 생각을 아무렇게나 적는 것으로, 다른 하나는 펜으로 글을 차곡차곡 쓰기 위함이다. 이전에는 이렇게 구분해서 쓴 적은 사실 거의 없었다. 글도 쓰고 생각도 그려내는 일종의 연습장 개념이었는데 그걸 조금 바꾸기로 했다. 아주 오래전에 손글씨를 쓰던 노트를 발견해서 거기에 한 두번 끄적여보니 그 느낌이 생각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생각이 일렬로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글을 쓰는데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보다 더 글이 잘 써졌다. 아니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풀어내는 것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오늘도 몇 페이지를 주루룩 써서 글자로 남겼는데 쓰면 쓸수록 느껴진다. 컴퓨터로 자판을 두들기며 쓰는 것보다 이렇게 쓰는 것이 더욱 좋다는 것을.


그래서 이 노트는 글로만 가득 채울 예정이다. 빽뺵한 노트를 한 권 만들고 두 권 만들면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글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노트에 글을 쓸 때 미리 준비하는 경우는 없다. 글자를 펜으로 하나씩 쓰는 순간에도 무엇을 쓸지 생각해 두지는 않는다. 그냥 쓰다보면, 조금씩 단어를 적는 시간 동안 다음에 쓸 것들이 준비된다. 머리에 준비되는 것 같지는 않고 눈으로 글자가 써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나온다. 펜 끝에서 글자가 노트에 그려지는 순간 순간에 툭툭 단어들이 발사되듯 튀어 나온다. 일정한 주제나 형식을 염두하는 것 같지는 않고 나오는대로 맡긴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이 글도 그렇게 쓴다. 그리고 그렇게 한 페이지를 쓰면, 2~30분의 시간이 지나간다. 176페이지의 노트를 언제 다 쓰게 될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쓸 예정이다. 매일 노트를 채우고 다시 사고 채우고를 반복하면 언젠간 술술 정말 일필휘지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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