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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Jul 20. 2018

빠름보의 세상

권이는 행동이 느려터져 느림보라고 말해주었더니 아니란다. 자기는 빠름보라고. 그래서 오늘도 빠름보 윤권은 거의 10분동안 바지와 티셔츠를 갈아입고 (바지를 반 쯤 입더니 쓰레기통과 장시간 대화) 토스트해준 빵 반조각은 야구경기 검색 하시며 느리게 먹느라 절반만 먹고 나갔다. 나 역시 행동이 빠른 편은 아니다. 늦어도 달리는 경우가 없고 급해도 내 템포에 맞춰 할 일을 해놓는다. 그래서 일의 딜레이가 심하고 기한이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어렵다. 스케줄 맞추는 것도 벅찬데 그런 곳에서 일을 하면 버텨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튕겨져 나와 홀로 일을 하는데 여러모로 이것은 내 적성이다. 방해받지 않고 내 템포로 할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이상이다. 대략 메트로놈 60정도일까. 통기타 기초 연습하듯 그렇게 느린 느낌으로 말이다. 내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든다. 과하게 할 일이 생기면 어려운 것이고 그걸 지속하니 소진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똑같을텐데 다들 회사의 틀에 맞춰야 하니 힘든 것이다. 나만의 속도를 찾는 것은 살아봐야 알 수 있는 어려운 일이고 찾았다고 생각했다가도 아니라는걸 금새 발견하게 되는 등 꽤나 까다롭다. 살아봐야 되고 겪어봐야 내 페이스를 찾을 수 있는 것인데 마라톤 선수가 어디 하루 아침에 42.195km를 달리나. 이것도 훈련이 되어야 하고 내것처럼 몸에 익어가는데는 많은 시간이 들게 된다. 느림보 녀석이 세상 속도 따라갈 필요는 없고 자기 속도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함께 옆에서 달려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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