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목 Oct 30. 2018

서점 창업으로 검색하셔서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자네 정말 그 일을 하려는가.

<북트 : Book & Write>


안녕하세요. 켄지입니다. 


매일 15-20분가량 서점 창업을 검색해서 들어오셔서 글을 읽으시네요. 제 글에 영양가가 없어서 걱정인데, 정말 서점을 창업하실까봐 더 걱정입니다. 서점 창업을 말리고 싶은 이유는 판매되는 책 한 권당 마진이 정말 작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천 권 팔 자신 있으시면 현상 유지는 가능하겠지만 그게 아니시라면 다른 독보적인 콘텐츠로 서점을 운영하시는 것이 맞다고 보고요, 안 하시는게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일정 부분의 전문가로서 전문가의 영역으로서의 서점을 한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상담 전문가라든지, 제작자라든지, 인큐베이팅이라든지 자신의 전문성을 담보로 하는 서점 말입니다. 그냥 예뻐 보이고 멋진 것 같아서 하는 서점은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사업이나 매장 장사를 해 본적 없는 분들이시라면 더욱 더 그렇습니다. 차라리 개인 작업실을 내시고 거기에서 책을 판매하시는 것이라면 모를까 책만 파는 덩그러니 있는 서점은 저는 약간 위험해 보이긴 합니다. 


왜냐면 서점은 지극히 동네집약적이기 때문입니다. 관광지와 같이 특별한 곳에 있다면, 혹은 좋은 상권에 들어가 있다면 모르겠습니다. 더 잘 될 수도 있고 좋은 기획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은 서점의 지역 바운더리는 사실 크지 않습니다. 반경 1~2km 되려나요. 외부에서 사람들의 유입이 끊임 없는 홍대나 이태원 등등의 곳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동네 장사로 열심히 먹고 살아야 합니다. 동네 장사가 기반이 된 후 페북과 인스타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추가 수익을 내주면 딱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얘기를 잠깐 드리자면, 저는 본격적으로 중고 서점에 뛰어들기도 전에 이전 사업과 현재 사업의 기로에 서서 여차저차 서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창고를 개조하여 연남동 지하에 중고책 서점을 만든 것인데요. 초반에 운영을 할 때는 하루에 10만원 내외의 책을 팔았습니다. 적으면 2-3만원, 많으면 15만원 이상을 5-6천원 단가의 중고책으로 판매했습니다. 월~금 낮에만 영업을 했으므로 영업 시간이 적었고 이로 인해 온 오프 포함하여 한달 매출이 150-250만원 내외로 나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본업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별 신경을 쓰지는 않고 영업을 해왔는데요. 설상가상 작년에는 본업이 문제가 생겨 일이 커지는 바람에 서점 운영을 잠깐 중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문을 닫았지만 본업으로는 월세 낼 정도로는 벌고 있어서 그냥 닫아두고 제 작업실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사업자가 정리되면 다시 열어야겠죠. 아직은 제 코가 석자라 서점은 열지 못하지만 월요일마다 글쓰기 모임을 함께 진행하며 부활을 준비중입니다. 


동네 장사는 전적으로 주인장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동네를 확 끄집어 당길 수 있는 흡인력과 에너지가 있는 분이라면 서점이 아니라 뭘 해도 잘 하실겁니다. 사람들은 주인장과 동네 사람들이 얼마나 원만하게 지내는지, 아쉽게 대하지는 않는지, 혹은 꼼수 부리지는 않는지 등등을 몸으로 느낍니다. 그리고 자기네끼리 소문에 소문을 냅니다. 그래서 매장 장사는 기본이 동네 장사를 우선으로 해야 하고 거기에 외부 유입자들을 추가로 끌어들이거나 장사가 안 되는 시간대를 북적북적하게 만들 기획을 하고, 작은 콘텐츠가 들어간 상품들을 책과 연계하여 판매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다양한 대비책이 필요하리라 생각되지만, 장사를 해본 경험이 없거나 물건을 패키징해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라면 사실 쉽지는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정말 수완 좋으신 분들은 인스타도 미친듯이 잘 하시고 또 동네 사람들과도 완전 잘 지내시면서 단골들하고의 유대 관계도 좋아서 서점이 북적북적한 곳들도 많이 봅니다. 정말 잘 하시는 분들 많으신거죠. 매번 그 많은걸 어떻게 다 하시는지, 체력과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책만 팔아서는 안 되는 것이 요즘의 서점입니다. 요즘은 심야서점이라는 것도 연대해서 하더라고요. 굉장히 피곤하고 힘들 수 있습니다. 서점을 오래 하신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아야 할 것이고 잘 나가는 분들의 노하우도 전수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책을 잘 소개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이건 기본이고요, 이걸 기반으로 동네 사람들과 즐겁게 잘 지낼 수 있는, 그리고 그 사람들한테 필요한게 뭘까를 생각하며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그런 인사이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나니, 할 일이 까마득하여 서점을 다시 열기가 싫어질라고 하네요.

작가의 이전글 기대되는, 기대되지 않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