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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Jul 21. 2019

그냥의 힘

바쁜 일이 마무리 되면 유튜브를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마음속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는 이유들을 꼽고 있었다. 남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하는 바로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들. 나에게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마. 생각"

"해. 그냥"


유튜브는 나에게 별것 아닌 사소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나보다. 마음 어디엔가는 해야되는데 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지만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그 흥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마음이 닫힌다. 내가 이렇게 즐겁게 글을 쓰는 것과는 반대다. 해야된다는 생각을 열심히 그리고 지배적으로 해온 것은 아닌지 뒤 돌아보게 되었다. 이걸 하면 잘 될거야 이렇게 해서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라는 생각들은 하등에 쓸데가 없었다. 매일 가볍게 올릴 수 있게 삶에 묻어 있어야 한다. 역시 그랬다. 가벼워야 된다. 인생이란게 뭔가를 계획해서 착착 진행을 잘 하면 잘 될 줄 알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보상받을 길 없는 내 계획은 허공에서 분해된다. 무자비하지만 산산히 조각나는 것이다. 나는 그걸 보고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래서 회피하는 건지도 모른다. 


"해. 그냥."


매일매일 되뇌이지만 그래서는 불가능 한 것이다. 소심한 것인지 아니면 용기가 없는 것인지 선뜻 카메라 앞에 나설수가 없다. 해야된다는 의무감을 조금 더 살펴보자 나는 몇 가지의 불편함을 찾아냈다. 사용의 불편함이라든지 과정이 번거롭다거나 하는 몇몇 어려운 것들 말이다. 그래서 '그냥' 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이 넘치는 것이다. 온갖 장애물을 겆어 치워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느낌이다. 에너지를 쏟지 않으면서도 무심하게 그냥. 되든 안 되든 시크하게 그냥. 그것은 실로 엄청난 능력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하는거지 그냥."


터지는 쿨함과 시원시원한 박력이 부러워서 어떻게든 흉내를 내보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되지도 않을 것을 말이다. 어찌보면 그냥 한다는 것은, 이미 뭘 할지 다 뻔히 보일만큼 대단한 고수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냥 하는 게 그냥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온통 실력의 근육으로 가득 차 뭘 해도 멋져보이고 쿨한 사람들이 뭐 하나 해볼라치면 계획 세우고 연습하고 충분히 될 때까지 실력을 쌓는 것과는 다르게 한번에 슥. 그냥 되는 것이다. 나를 처참히 무너뜨리고 그들은 홀로 한 획을 긋는다.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앞서가는 그들을 바라보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나를 돌아보며 나는 저렇게 되려면 얼마나 더 걸릴까 생각하게 된다. 자괴감에 빠진다거나 자기 비하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내 성향과는 다른 사람들, 이미 클래스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저 정도는 갈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 정도에서 최선을 다해야지 마음을 먹어본다. 이 말 역시 자기합리화다. 


피곤해도 매일 쓰고 싶은 것이 글이다. 하지만 아직 글로는 밥벌이를 할 수 없으므로 유튜브를 대신할 수는 없다. 글은 내면에서 스스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중이라 잠을 줄여가며 쓰는 연습을 한다. 그래 연습이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줄 수 없기도 하고 딱히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본 적도 없기 때문에 내 글은 여전히 연습이다. 하지만 즐거움이 가득한 연습이다. 제대로 된 슛을 쏠 수는 없지만 공을 점유하고 다루는 기술을 연마하는 어린 축구선수들처럼 나는 지금 드리블 중이다. 그래서 기쁘다.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고 일 하고 와서 새벽마다 피곤한데 잠을 줄여가며 쓰는데도 지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내면의 나는 무슨 하고싶은 말이 많은걸까. 어찌됐건 유튜브나 글쓰기나 모두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인 것이고 두가지 다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하려는 매개체일 뿐인데 말이다. 나는 아무래도 글로 생각을 남기는 것에 더 익숙한 것 같다. 글로 하는 표현이 카메라 앞에서보다 더 나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표현하는 이면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글은 천천히 생각하고 다듬고 가꿔서 수십 수 백 번을 수정하고 업로드 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촬영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데 들어가는 노력이 커서 글쓰기처럼 쉽게 고치기가 힘들다. 고치려면 다시 찍든지 해야 한다. 그것은 막연한 불편함으로 인해 영상 촬영에 손이 가지 않도록 하는 굉장히 중요한 걸림돌이 된다. 실제 내가 지금 그런 상황에 오다보니 평소 자유스럽고 생각이 있던 사안들조차 촬영하기 보다는 글로 풀어내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그렇게 수백 컷의 영상을 만들고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편하고 갖춰야 할 것이 많고 손이 많이 간다. 글을 펼쳐놓고 쓰면 되는 것을, 영상은 너무나 고려할 게 많다보니 부담이 가중된다. 그러면 고쳐보자. 그러한 생각과 마음가짐을. 


나는 대충 유튜브를 할 것이고 사람들이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깊이 생각하며 전략을 짜는 것을 넘어 같은 소재를 내 방식대로 간소하고 허름하게 풀어나가면서 맥락만 잘 찝어주는 그런 간결한 것들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힘을 더 뺴고 사소하고 간략하게 설명하고 쉽고 재밌게 풀어주는 그런 선생님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이미지가 딱 떠올랐다. 학생들을 진정으로 위해주는 음악 선생님. 그런 느낌으로 가는 게 좋겠다. 생각해보니 내가 사람들을 가르칠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말에 힘을 주어 설명하고 사람들을 가르치려 드는 그런 느낌들을 알 수 있다.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아닐까. 거기에 더해 만든 퀄리티가 수준이 높다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할 것 같다. 


만족.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마케팅에서는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지상 최대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라며 우리를 세뇌시키고 있다. 이것은 기업은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세상을 오해하게 만든다. 독자들이 자신의 만족할만한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으면 확실히 거부감을 갖게 되는데 순수한 콘텐츠라면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영상이 되므로 싫어요 수가 많이 줄어든다.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그런 구독자들을 만족시켜야 할지, 아니면 콘텐츠 제공자로서 전전긍긍하며 마음이 고갈되어가며 제작을 하는 이 불편한 마음부터 만족시켜야 할지 잘은 모르겠다. 오래 가려면 정공법이 언제나 제일 유용하다. 나의 이 불편한 마음부터 잘 가다듬으려면 확실히 유저들이 보고싶어하는 콘텐츠를 올려가며 망해가느니 내 마음을 잘 지켜가며 내가할 수 있는 발걸음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하나씩 둘 씩 보여주는 과정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선 내 마음이 편해질 것이고 누구보다 내가 행복할 것 같다.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그러한 마음가짐. 이기적인 마음이야 나에게 있을리 없으니 나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진정 내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만족할만큼 좋은 콘텐츠를 내가 내 속도대로 만들어서 올려주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소통하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 사람들의 실력을 향상시켜주면서 같은 스텝으로 걷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에 구름이 걷히게 되면 기지개를 쫙 펴고 한 마디 하게 된다. 


"하자.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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