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궁금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결혼하기 전이었는데 그 때 내린 결론은 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후회라는 건 없을 수 없고 미련이 남지 않을 리 없는게 나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가능하겠지만 나는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통기타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돈이 정말 없었다. 한 동안 프리랜서를 했기 때문에 일주일을 집에 있어도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몇 천 원이 귀했다.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된다고 누가 그랬다. 그렇지만 가난한 삶은 돈벌이에 생각이 갖힌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내던져야 한다. 이것이 암담한 이유는 자신의 미래나 가치에 투자하지 못하고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해 당장 아무데나 뛰어 들어야 하는 절망스러운 상황에 빠지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것이 절망이 아니라 미래가 없는 것이 절망이다. 하염없이 그 안에 갖혀 살다가 죽으면 일평생 가장 큰 후회가 될 것 같았다. 후회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어쩌다 이 모양이 됐는지를 자책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건 싫었다. 모양 빠지니까.
몇 번의 사업을 시작했고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을 모두 겪어보았다. 여전히 굴곡을 이어가는 중이지만 후회라는 것은 거의 사라졌다. 되고 싶은 것이나 이루고 싶은 것이 없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것이 좋았다. 물론 아쉬운 장면들이 없지 않다. 더 좋은 선택,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노력들 사이에서 사소한 선택이나 실력 미달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긴 했지만 다음번엔 되는대로 더 잘 하면 되는 것이었다. 만약 다음이 없다고 해도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였을테니 요행을 바라지 않는 이상 그것이 나의 진짜 모습이라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고 싶다면 해 봐야 한다. 그게 뭐가 됐건 이미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