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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Jan 01. 2020

화이팅 인플레이션

새로운 한 해를 선물로 받는다.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내년을 받아들고 다시 한 해를 살아간다. 하루를 365로 나누고 그걸 다시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으로 결정해두어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날짜만 지루하게 세다가 내가 몇 날을 살았더라 15,695일이었던가, 아니면 15,966었던가 헤깔려서 결국 세는 걸 그만 두었을지 모른다. 한 해가 가면 한탄의 시간을 짧게 갖는다. 올해는 정말 시간이 없었어. 아 지난해에도 그랬지. 시간이 없던걸까 아니면 시간은 있었는데 내가 그걸 탕진한걸까.


새해 다짐이란 것은 하지 않게 되었다. 어제의 반복, 지난 해의 반복이기 때문에 달라질 일이 없는 이유다. 물론 달라지는 것이 분명 많지만 일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으니 소소한 변화가 있다해도 큰 틀에서 달라질 일은 거의 없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아지겠어 라는 다짐을 하며 작년보다 마음을 더 북돋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 된다면 우리는 '화이팅 인플레이션'에 빠질수밖에 없다. 매년 더 강한 화이팅을 하다가는 온몸이 부서질지도 모른다. 한 해를 선물로 받았는데 더 힘을 내야만 하는 선물이라면 그걸 선물이라 할 수 있을까.  


매번 교재나 동영상 강좌같은 결과물을 내놓다보면 이 정도로는 택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한 번도 빼먹은 적 없이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언제나 빚지는 마음으로 결과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한계를 알고 수긍하는 것이다. 완벽한 것이란 불가능하다는 걸 아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사람들 앞에 내 놓을 수밖에 없다. 힘내자 힘내자 하지 않고 한 스텝 한 스텝 바로 다음 과정으로만 시선을 돌려 지금 할 일을 완성하는 것이 더욱 성취감을 주었다. 스스로를 북돋을 필요는 없었다. 화이팅은 나보다 더 큰 것을 해야할 때 필요한 법이다. 몇 번은 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수는 없다. 지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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