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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Oct 14. 2020

한 번에 두 가지를 못 하게 된 까닭.

이제는 음악을 들으며 다른 일을 하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예전엔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틀어두고 여러 작업을 했었는데 나이 들어 예민해진 것인지, 신경이 분산되는 것을 못 참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한 번에 하나씩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동시에 두 가지를 하면 신경을 뺏겨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하던 사람이라?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면 머릿속은 눈 앞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 일은 제자리가 되고 음악은 몇 번씩 돌려 듣는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한 번에 하나씩 하는 걸 연습하고 있습니다. 32인치 모니터에 본능적으로 두 가지, 세 가지를 화면에 띄워놓고 업무 하는 저를 발견할 때마다 신경 분산과 집중력 저하를 경험합니다. 


'이 일을 마무리한 후, 나는 곧바로 왓챠를 켤 것이다! 그러고 나서 책을 한 챕터 읽고 난 후 검색해둔 유튜브 영상 4개를 봐야지. 그다음 글 한 페이지를 쓰고 잠을 자는 거다!'라는 식으로 리니어 한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예전 같으면 왓챠 켜놓고 책을 한 챕터 읽으면서 영상도 보고 책도 보는 엉망진창 상황이 계속 펼쳐졌을 것입니다. 유튜브 영상 틀어놓고 글을 쓰면 글 한 줄 써놓고 영상 40분 보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뭐가 자꾸 펼쳐지네요. 


한 번에 하나를 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일인 줄 저는 몰랐습니다. 작업을 하려고 어도비 인디자인을 켜면 뇌가 극도로 싫어하는 게 느껴집니다. (저도 모르게) 동영상도 인디자인 옆에 슬쩍 켜놓고는 잠시 후 화들짝 놀랍니다. 글 한 줄 못 쓰고 동영상만 바라보다가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1시간 후 벌어질 일들이 상상됩니다. 윽. 급하게 끈 후 보리차 한 잔을 마시며 뇌를 다독입니다. '그러지 마라, 뇌 녀석아. 다 뇌 놈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아웃풋을 뽑아내야 하는 사람으로서, 결과물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니까, 김 사장님한테 샘플을 받아오라고 시켰더니 샘플만 받아오고 다른 건 그대로 쏙 놓고 온 거야 글쎄..." 카페에서 이어지는 옆 사람의 전화에도 일일이 반응하며 '그래! 그다음은 어떻게 된 거야! 궁금해 죽겠어!'를 되뇌는 통에 일반인의 전화 통화도, 옆 사람의 이야기도 거슬리게 되어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저 집안에 설치해둔 방음실에 처박혀 홀로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홀연히 컴퓨터 앞에서 글을 끄적이게 되는 일상을 살게 되었습니다. 능률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쓸쓸하게 마무리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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