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생산 활동을 중단한 게 7월부터니까, 꼬박 3개월 사이에는 이렇다 할 돈벌이를 하지는 않았다. 그 사이 나는 책을 읽고, OTT보고, 어린이와 게임을 하고, 가족들과 저녁을 차려먹고, 여기저기 앉아서 멍 때리고, 가끔 지인들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소파에 뒹굴거리며 글을 쓴다.
사람들을 만나면 일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시답잖은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시답잖은 이야기는 적당히 신뢰가 쌓인 사람들과 하는 일종의 특권이다. 새로 만난 사람과도 물론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속속들이 다 알기 때문에 시답잖은 얘기를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을 빼꼼 열어두고 얼굴만 내민 채 시답잖은 얘기를 한다는 건,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고 곧 문 닫고 갈 거거든, 그러니까 나를 기억할만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고 쿨하게 돌아서는 짧은 만남을 전제하는 것이다. 다음이 기약되지 않으니 무슨 말이 든 어때.
하지만 나의 이 오래된 사람들은 오래도록 관계가 확고하니 시답잖은 이야기들도 그들의 삶의 맥락과 함께하는 것이다. 매일 뻔한 일상 들춰서 뭐 할까. 개선되고 나아지려는 건설적인 만남으로 점철되면 사실 그게 더 피곤하다. 그렇게도 만나봤으나 이래라저래라 훈수 두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럴 바에 차라리 상사 욕이라도 한번 더 하는 게 속 시원하다. 우리 사이의 관계를 채워주는 건 이런 시답잖음이다. 한 편이 되는 일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