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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Dec 25. 2017

일기, 익기, 읽기

말장난

나에게.


일기를 쓴다는건, 사실 하루를 돌아보다가 들었던 생각을 적는것이라고 생각해.

별 볼일 없는 것들을 통해서도 사람은 생각할 수 있고, 의미도 발견할 수 있고

색다른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니

하루를 복기하는 것으로 일기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아.


그런 면으로 보면 일기는 하루동안 뜸 들이며 익기를 기다렸던 생각과도 같아.

생각이 익으면, 그것을 일기로 써서 잘 지은 밥으로 만드는거야.

다음날, 그 다음날의 생각과 마주치게 된다면

서로 합쳐져서 더 좋은 생각이 나오게 되겠지. 


이렇게 저렇게 드는 생각들이 하루에도 수 백 가지가 넘는데

그럴 때마다 문장을 적어두는 습관이 생겼어.

생각은 순식간에 휘발되니까, 

방금 내가 뭘 생각했는지도 생각이 나질 않아. 

머리가 나쁘니까 적게 되더라.

그렇게 적은 한 문장이 메모 앱에 수 백개를 넘어가고 있어.


그냥 놔두면 놔둬질 뿐이고 그대로 있을텐데

그게 익어서 일기로 나오면,

그건 다시 내가, 혹은 브런치를 보는 사람들이 읽게 되겠지.

일기는 읽기가 되어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도 합쳐지게 될거야.

그런 면으로 본다면 일기라는 것,

아니 쓰는 것은, 나를 위한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나 소통을 위해서인 것 같아.


아무 한테도 보여주지 않는 혼자 쓰는 일기는 

문장으로서나 생각의 방향성으로나 사고를 트이게 할 수 없는 것 같아.

누군가가 보는 것을 상정한다면

내 속 마음도 정리가 되는거지. 

일종의 사소한 검열 정도 되려나.

물론 속 마음을 다 드러낸다면 그건 비밀로 해두면 되니까 걱정은 없지.

격한 감정을 다 쏟아내도 뭐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 

그게 나니까. 


앞으로는 짧게 쓰도록 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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