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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만 Sep 13. 2022

어른 동화

두더지


그 아이가 나타나기 전까지 마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이가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달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아이를 처음 보고 엄마를 잃어버린 불쌍한 강아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얀색 털에 분홍빛 발바닥을 가진 아이는 작고 귀여웠다. 그렇다고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주둥이가 지나치게 길었고 다리가 짧았다. 마을에 나타난 귀여운 아이에 대한 소문은 온 마을에 금방 퍼졌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몰이라고 불렀다.     


“어쩌다 엄마를 잃었을까?”     


 몰을 불쌍하게 생각한 편의점 주인은 몰만 생각하면 자신의 아들 같아 마음이 짠했다. 결혼 후 10년 동안 아이가 없었던 편의점 주인은 시험관 수술 4번째 시도 끝에 아들을 낳았다. 어렵게 얻은 아들이라 편의점 주인은 자신의 목숨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소중하게 생각했다.     

 평화롭던 마을에 문제가 터진 건 이주 전이었다. 잔뜩 화가 난 식당 주인이 몰의 멱살을 쥐고 경찰서로 끌고 갔다.     


“아니, 글쎄 이놈이 밥을 먹고 밥값을 안 내잖아.”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식당 주인과 달리 몰은 실실 웃고 있었다.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 보세요.”     


 경찰관이 흥분한 식당 주인을 달래며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아니, 이것저것 음식을 잔뜩 먹더니 계산하라니까 돈 없으니 경찰에 신고하라는 거야. 글쎄.”     


경찰은 아까부터 남일 구경하듯이 태평하게 웃고 있는 몰을 쳐다보며 의아해 물었다.     


“진짜니? 진짜? 저렇게 말했어?”     

“네.”     


경찰은 그의 뻔뻔함에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이렇다니까. 내가 배가 고파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저 뻔뻔한 태도를 보니까 피가 거꾸로 솟아서 가만있을 수가 있어야지.”     


경찰은 한숨을 내쉬더니 몰을 풀어주었다.     

몰은 아직 강아지였고, 강아지는 처벌을 할 수가 없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였으니까.     

몰에 대한 소문은 금방 또 마을에 퍼졌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몰을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편의점 주인은 아직도 몰이 불쌍하다고 생각되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아서 그런 거야. 교육을 못 받아서 그런 거야. 사실은 착한 아이야.’     


그 사건이 있는 후 열흘도 안돼 또다시 몰은 경찰서에 끌려갔다. 이번엔 절도 사건이었다.     


“아니, 이놈이 글쎄 금은방 유리창을 깨고 귀금속을 몽땅 털어 팔았지 뭐야!”     


피해액은 5억이 넘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몰은 아무런 처벌 없이 바로 풀려났다.     

그날 이후 몰은 더욱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몰은 아직 강아지였고 강아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 때문에 몰은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사람들은 화가 났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몰의 행동은 점점 더 도를 지나쳤다. 어른들에게 침을 뱉고 술을 마셨으며, 심지어 마음에 안 들면 폭행까지 했다. 심지어 경찰까지 때렸다. 하지만 몰의 행동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몰은 아직 강아지였으니까. 할 수 있는 건 오직 피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몰이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몰래 타는 일이 발생했다. 운전은 게임에서만 했을 뿐 실제로 하는 건 처음이었다. 게임에서 했던 것처럼 액셀을 밟자 차가 거칠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몰은 신났다. 자신이 직접 차를 운전한다는 사실이 기뻤다. 몰은 빨간 불에서도 달렸고 중앙선을 넘나들었다. 속도를 높이자 더욱 신났다. 몰을 엑셀을 세게 밟았다.     


“아싸! 다 비켜라!”     


몰이 무서워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쾅!”     


 몰이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달려오는 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몰의 몸이 유리창 밖으로 튀어나갈 것처럼 큰 충격이었다. 몰이 핸들을 꺾었고 차는 인도에 서 있던 한 아이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인도에 서 있던 아이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그는 편의점 아들이었다.     

몰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는 편의점 주인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였다.     


“재판장님, 제 아들을 죽인 저 아이를 강력하게 처벌해 주세요.”     


편의점 주인은 눈이 부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었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몰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편의점 주인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몰은 웃고 있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죄책감은 전혀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몰은 어차피 또 아무런 처벌 없이 풀려날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몰은 알지 못했다. 자신의 몸에 가시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발톱이 날카롭게 변해 있었고 하얗던 털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드디어 판사가 입을 열었다.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무면허로 남의 차를 훔쳐 사고를 내고 소중한 생명을 빼앗은 죄가 중하다. 무엇보다 


죄에 대한 뉘우침이 전혀 없는 태도는 사람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죄질이 불량하다. 이에 재판장은 평생 빛을 보지 못하도록 땅속에서 숨어 사람과 떨어져 혼자 살 것을 명한다.”     


“안돼. 나는 무죄야.” 


 예상치 못한 판결에 몰이 당황해 소리쳤다. 그제야 몰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손가락이 날카로운 가시로 변해 있었다. 곱고 흰 털은 사라지고 갈색의 뻣뻣한 털로 변해있었다. 몰은 자신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몰은 땅속으로 쫓겨났다. 사방이 어둠뿐이었고 눈이 점점 퇴화되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몰은 두더지가 되었다.     


자신이 괴물이 되어 간다는 것 그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멈출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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