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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신 하느님의 사랑

성서백주간 8주차(탈출 1-7,7) 묵상

by 김곤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3 참조)


하느님이 모세에게 건네신 이 말씀은 요즈음을 살고 있는 내게 어떤 울림을 줄까.


주일 미사가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신부님의 강론이 끝나고 봉헌의 시간이었습니다. 봉헌성가는... 번입니다,라는 해설자의 안내가 있은 후였습니다. 제 마음속에서 비움과 소유라는 두 서사가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지갑 안에 있는 이 돈을 다 할까? 아니야, 만 원만 하자. 아니다, 지난주부터 지갑을 비우기로 했으니 다 하자.’ 라며.


마저 갈무리를 못하고 봉헌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습니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펼치는 순간 ‘에이, 얼마나 된다고 다 비우지 뭐.’ 하며 비움의 깃발을 뽑아 들었습니다. 지갑을 비우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 돌아와 앉았을 때였습니다. 성당 안에는 아직 봉헌성가가 울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성체성사 때나 미사 중에 눈물방울이 모여드는 일이 있었지만 봉헌하고 난 후에 그렇게 눈물방울이 치밀어 올라오는 것을. 아무 동기도 이유도 없이.


그날 미사가 끝나고 본당 꾸르실료 회합까지 그 울림은 이어졌습니다. 꾸르실료 피정에 참석하고 “그날 후 한 달”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어떻게 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잘 안 날 정도였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집에 와서 아내에게 오늘의 일을 말했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러잖아 ‘그때는 성령님이 오신 겁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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