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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곤 Feb 24. 2024

나의 발자국은

간밤에 눈이 내렸다.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지하철로 가면서 아파트단지에  내린  광경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딸이 핸드폰을 누른다. 나도 동참하려고 창문을 내리는 순간 신호등이 바뀌고 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마음으로담는다. 사무실에 가는 길에는 앞서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보인다.


발자국.


52세에 들어온 공직사회. 퇴직을 앞두고, 무엇을 남기며 오늘까지 왔을까?라고 내게 물으면 어떠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그동안의 생활에서 예기치 못한 일도 겪고, 좋은 사람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사람도 권위적인 사람도 겸손한 사람만났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기억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곳에서 불편했던 것이 있었다면 젊은 상사와 동료들도 나이 많은 나를 부담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예외가 있었는데, 전에 근무했던 곳에서 만났던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나를 나이와 상관없이 동료로 대해주었다. 한 번은 한 여성 주무관이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나라만 유독 나이를 물어보는 것 같아요. 나이가 많은 사람도 친구가 될 수 있는데 말이죠."

"맞아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것인데요."

"맞습니다."


그녀와 나는 그렇게 마음이 맞아 자주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셨다. 내가 진솔한 대화를 했던 이가 있다. 그는 쉬는 날이 아니면 늘 나와 같이 점심을 했다. 자칫 혼밥을 먹을 수 있었던 나를 점심때만 되면 챙겼다.


이들이 떠오르며 눈길을 지금, 나는 오늘 또 무엇을 남길 있을까 라는 생각이 부유한다. 그러면서 내가 지나간 발자국을 보며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름대로 괜찮았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보는 출근길이다.


오늘도 따스한 온기를 품는 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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