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엽 Jun 08. 2023

누구에게도 손을 뻗어 도와주겠다

조금은 바쁘지만 그래도 현직 때와는 전혀 다른 자유로움을 많이 느낍니다. 제가 생각해도 무던한 성격에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특장(特長)을 갖고 있어 어딜 가든 사람들과 잘 어울립니다. 누군가 도와달라고 하면 기꺼이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리 살려고 합니다. 지금 이 나이에 무슨 인생 목표를 새로 설정할 일도 없고 지금까지 받은 숱한 사람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진짜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 비해 저의 활동은 아직 초라하지만 그래도 제 능력 닿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저의 빈약하고 조그만 재주가 필요하다면 누구에게든 넉넉하게 베풀고 싶습니다. 


세월이 흘러가서 지금과 달리 심신이 쇠약해지면 그때는 그대로 내 삶이거니 하고 받아들이려 합니다. 인생 목표를 별도로 세운 것은 아니지만 굳이 목표라면 건강하고 즐겁게 그리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누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것들이 가장 중요할지 모릅니다. 이 이상 더 중요한 게 없을 테니까요. 사람들이 자신의 현재 생활에 대해 불만을 갖고 남들에게 하소연, 넋두리를 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런 마음을 거의 갖지 않았습니다. 제 나름대로 힘든 시절이 분명 있었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도 누굴 붙잡고 원없이 제 속을 드러내면서 넋두리하려는 마음을 가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 삶은 평탄하고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 중 누군가가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제 능력이 닿는 한 누구에게도 손을 뻗어 도와주겠다"


는 제 자신과의 약속을 세우고 살아가렵니다. 제가 무슨 큰 부자도 아니고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위 사람들을 보니 조금만 도와줘도 큰힘이 될 것 같은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실제로 조금만 손을 내밀어 잡아 주어도 그 사람이 어려움을 보다 쉽게 이겨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인들이 가끔 저에게 그런 말을 합니다. 


"자네는 사는 것이 그리 행복하고 즐겁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나. 우리 만날 때마다 항상 웃고 다니는 것을 보면 요새 좋은 일이 있나 봐. 하기야 옛날부터 잘 웃었지. 뭐 어디 땅 사논 것이 많이 올랐나. 주식이라도 하나."


제가 남들에게 잘 웃는 것은 인정하지만 부동산 투기나 주식 투자 같은 것은 언감생심으로 해본 적이 없으니 그것으로 돈을 벌 일은 없지요. 경제적으로 큰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처럼 뛰어난 능력을 지녀 거액의 연봉을 받은 것도 없지만 제 삶은 그냥 좋았습니다. 어디 마을회관에서 무료하게 고스톱이나 치면서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로한다고 몇만 원 어치만 사가지고 가도 그분들이 그렇게 좋아합니다. 같이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분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가질 않더군요. 그렇게 남을 생각해 주어 즐겁게 만들면 그 또한 좋은 일이 아닌가요. 꼭 돈이 많이 있어야 사람들이 행복할까요. 돈이 있으면 좀더 편하고 여유는 누릴 지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이 중요하지 않던가요. 무료하기 그지없는 그분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해 주면 더 없이 즐거워하지 않던가요. 



어디 노년세대만 그렇던가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군가로부터 공감과 관심을 받으면 그 삶이 얼마나 좋던가요. 그렇지 않나요. 후배 세대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팍팍한 삶의 현실을 접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남자를 많이 만나지요. 하기야 3~40대 여성들 나아가 50대 여성들과 인생을 놓고 깊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나눌 일이 없지요. 그래서 남자 후배들과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많이 들어주는 편입니디. 진짜 속깊이 있는 이야기야 어느 정도 숨겨 두겠지만 그래도 가끔 제가 들어봐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안에 접한 후배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저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참 털어놓다가 기분이 풀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저도 그럴 때는 의아합니다. 왜 처음에 저에게 그렇게 심각하게 말을 했을까라고 말이지요. 어쨌든 문제가 잘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다니 다행이라고 여기고 좋게 마무리됩니다. 비단 말을 들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형님, 이번에 무슨 일이 있는데 000이란 분 아십니까. 혹시 잘 아시면 소개 조 해주세요." 등등의 사람 소개 부탁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 꽤 있어서 몇 번이나 소개해 준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그분 덕에 경제적으로 이익을 봤다고 고마워하기도 합니다. 시골에 계신 노모가 수술한다고 큰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 우연히 그 의사가 제가 잘 아는 사람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러이러 저러저러' 등을 설명하면서 잘 부탁한다고 말을 전하지요. 실제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 중에 아는 사람이 있을 때 보호자가 상당히 고마워합니다. 병원비도 좀 적게 나오는 것 같다고 하였지만 그것까지 제가 세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어쨌든 이런 저런 사정으로 사람을 소개해 주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 인사를 꼭 꼭 전해 옵니다.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작가의 이전글 쌀 마대가 뭐 아프나, 운동 기구에 맞아 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