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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n 16. 2023

들시마~

지난 주와 이번 주에 걸쳐 일본 야마구치 현 시모노세키 시와 오이타 현 분고오노 시에 다녀왔습니다. 40명 단체를 인솔하여 양측 시민 교류와 전통음악 공연 그리고 큐슈 올레 분고오노 코스 걷기 등 짧은 기간임에도 비교적 다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참석자들의 만족도는 정말 높았습니다. 여행 경비는 저렴하고 교류의 의미는 더욱 컸지요. 그렇게 활동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후유증이 만만찮네요. ㅎㅎ



아침에 일어나 보통 때처럼 아내 아침 식사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데 그 와중에 아내가 초록색 정장 윗도리와 검은 색 바지를 입고 나와 거실을  한 바퀴 돌면서 옷이 어떠냐고 물어봅니다. 그래서 제가 말합니다. 


"오늘 옷도 진짜 이쁘네. 당신 얼굴이 이뻐서 무슨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 지금 그 옷도 역시 잘 어울리네."


아내의 표정이 환해집니다. 그러면서


"이 얼굴이 어디 가나. 뭘 입어도 이쁘다 아이가. 당신이 비싼 옷 마이 사주마 된다. ㅎㅎ."


또 이야기가 묘하게 흐릅니다. 어쩌면 우리들 대화가 이런 식으로 결론 맺는 것이 늘 있을 것 같습니다. ㅋㅋ.


그렇게 한참 옷 입은 태를 보여주다가 아내가 한 마디 더 합니다. 


"그런데 지금 위 옷을 들시마 배가 나온 기 다 보인다 아이가. ㅎㅎ"


둘이서 동시에 웃음이 터집니다. 그래도 요 며칠 새 살이 조금 빠졌으니 다행이라고 말해 주었지요. 그렇게 둘이서 싱거운 말을 주고받는데 큰아들이 출근한다고 우리에게 다가와 인사를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다녀 오겠습니다. 어머니 옷 이쁘네요. "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야~야, 00아 혹시 들시마 라는 말 들어 봤나."


큰아들이 말하길,


"아니 처음 들어봅니다. 어머니 고향 경북 쪽 사투리인가요."


어찌 그것이 아내만의 사투리일까요. 제 고향에서도 많이 쓰는 말이지요. 들치면, 들어올리면 뜻을 지닌 경상북도 사투리임을 설명해주니 큰아들도 환하게 웃으면서 현관문을 열고 나갑니다. 큰아들이 현관문을 열고 닫으면서 다시 큰소리로


"어머니, 아버지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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