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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Sep 05. 2023

나이가 들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평소에 읽지 않았던 책을 갑자기 읽으면 그건 새로운 스트레스

나이가 들면 꾸준히 독서를 해야 합니다. 꾸준히 두뇌활동을 하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자주 보도됩니다. 제가 의료 상식에는 영 잼병이지만, 인간의 뇌를 자극하는 활동에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독서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요. 그렇다고 지금껏 독서 경험이 전무한 노년 세대에게 독서를 강요하면 그건 전혀 새로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래서 뭐가 효과적이라고 누구에게든 적용하면 곤란하지요. 그래서 독서도 젊은 시절부터 조금씩이나마 경험을 해야 합니다. 


제 어린 시절 가난한 농가에서 자랐기에 독서 기회가 별로 없었지요. 그런데 중학교에 가서 학교 도서관에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있어서 독서 기회 또는 경력의 부족함을 메울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학교 도서관의 시설, 특히 면 단위 시골 중학교에서 장서가 초라할 정도로 적었을 텐데,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에 들어간 제 눈에 학교 도서관의 장서는 엄청나게 크게 보였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도서관을 출입하니 당시 도서관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 제 옆으로 와서 격려해주시던 말씀도 떠오릅니다. 


책을 대출하는 학생이 별로 없었던 덕분인지 몰라도 그 선생님께서 저에게 책을 많이 대출해 주었고, 그 책을 가방에 넣어 3km여 거리를 걸어오던 순간에는 제 마음 속엔 빨리 집에 가서 책 봐야지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작은 방 한쪽에서 발견한 누런 종이 일명 '똥종이'로 인쇄한 <조웅전>을 반복하여 읽은 경험이 있던 저에게 중학교 도서관 장서는 그야말로 새로운 파라다이스였습니다. 도서관 출입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단번에 달성군 고전경시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여 상도 좀 받았습니다. 


고교 시절엔 독서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밝히자면 독서 경력이 전무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대학 시절에도 생각만큼 책을 읽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고교 시절보다는 책을 많이 접하긴 했지만, 대부분 전공 서적 또는 전공 관련 책들이었습니다. 대학 도서관도 졸업 후 취직 대비 공부 또는 학기 중간고사 같은 시험 대비 공부 공간에 불과했지요. 본격적으로 책을 읽은 것은 그래도 35년 교직 기간이었습니다. 그런데 30대 이후 독서 경험에서 깨달은 것은 '독서는 진짜 유초등 시절부터 꾸준히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그 내용이 뇌에 누적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흡사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줄줄 새는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의 지난 삶에서 독서 경험이 오늘의 화제가 결코 아닙니다. 이제 퇴직 후 본격적인 노년 세대에 접어 들어 보니 독서가 얼마나 우리 삶에 효과적인가를 실감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폭염을 피해 지역 내 공공 도서관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책을 읽는 순간의 쾌감은 정말 컸지요. 지금 이 나이에 독서하여 대학에 갈 것도 아니고, 어디 취직할 것도 아니기에 독서를 하는데 별다른 부담이 없습니다. 설령 책 내용을 깊이 이해하거나 기억하지 못해도 전혀 허물이 아닙니다. 그냥 책 읽는 그 자체가 우리 같은 노년 세대에게 행복을 주는 것입니다. 


노년 세대들이 책을 읽을 때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혼자 독서하는 데 머무르지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독서하고 그 내용을 놓고 자유롭게 토론하면 좋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독서토론을 진행해 보면, 특히 시니어세대의 독서토론에서는 참석자들이 서로 말을 많이 하려 한다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한번 발언하면 그 시간이 상당히 길어집니다. 그래서 진행하는 저의 가장 큰 역할은 '말트기'가 아니라 시간 조절과 함께 유연하고 적절한 시간 분배입니다. 다른 사람의 발언을 경청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노년 세대에게 '치매 예방'은 매우 중요합니다. 치매에 대한 공포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지요. 일단 걸리면 다시는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진짜 무서운 병이지요. 그래서 치매 예방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이 노년 세대에 독서를 권유하는 이유입니다. 시니어독서회를 진행할 때 반드시 곁들이는 것이 '함께 식사'입니다.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독서 토론은 아무리 자유롭게 진행한다고 해도 역시 경직될 소지가 많지요. 그렇지만 독서토론을 마치고 함께 식사하면서 주고 받는 책이야기는 정말 자유롭습니다. 누군가의 제지도 없을 뿐더러 지금껏 다른 사람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눈치볼 것도 없이 편안하게 털어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독서는 우리 뇌에 어떤 자극을 줘 치매를 예방할까요? 


우리가 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육이 단련되듯 독서는 다양한 자극으로 뇌를 단련시킵니다. 독서를 통해 정보가 입력되면 뇌는 전두엽과 해마를 거쳐 대뇌피질 전반에 정보를 저장합니다. 이때 아세틸콜린, 세로토닌을 비롯한 여러 신경전달물질 균형과 새로운 신경세포 형성이 이뤄집니다. 이런 변화는 퇴행성 질환인 치매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신문 읽기도 독서처럼 능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여 처리하는 과정이므로 치매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독서를 꾸준히 할 것을 권유합니다. 






서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아래 기사를 참고하세요. 헬스조선 박지영기자가 작성한 기사(2012.08.14)에 따르면, 


미국 메이오클리닉 신경학자 요나스 게다 박사팀은 중년에 사회활동을 활발히 했거나 독서와 같은 정신적 취미생활을 한 노인은 기억력 장애가 40%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요나스 게다 박사는 ‘치매를 예방하려면 중년부터 머리나 손을 쓰는 취미활동을 하고, TV 시청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심리학과 실비 벨빌 교수팀은 치매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게임이 아니라 책이나, 신문 읽기 같은 고전적 두뇌활동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닌텐도게임, 컴퓨터게임 등이 공간지각능력이나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줘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과도한 게임은 오히려 기억력과 판단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컴퓨터게임은 일반적으로 전두엽, 해마, 대뇌피질 등을 자극하기보다 뇌의 쾌락 중추인 측좌핵 등을 자극한다. 이는 알코올과 도박 중독 등에 취약한 곳이다. 수동적으로 정보에 노출되는 컴퓨터게임이나 TV 시청도 마찬가지다. 정보에 대한 반응 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뇌를 피곤하게 한다. 고스톱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고스톱을 치지 못하는 사람이 처음 배울 경우, 새로운 것을 학습한다는 의미에서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오히려 보통 고스톱을 칠 때 취하는 자세는 장시간 허리나 다리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승패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많아 치매 예방에 효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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